어려울 때 일수록 더욱 빛을 내는 기업이 있다. 불황이라는 이유로 대다수가 움츠러들 때 이들은 되레 공격적인 투자로 미래를 준비한다. 포스코가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올해도 포스코는 여전히 안정적인 투자매력도 1위 업체로 꼽힌다. 뛰어난 원가경쟁력과 시장 장악 능력을 바탕으로 올해 투자 규모를 사상 최대인 6조원으로 늘려잡았다. 지난해 말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감산을 단행한 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이구택(사진) 포스코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으로 해나가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다만 경영의 스피드를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올해 대규모 투자는 장기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업체 중 ▦우수한 재무구조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확대 ▦뛰어난 원가절감 등으로 향후 지속적인 성장세가 가능한 기업 1순위로 꼽힌다. 여기에 경쟁업체 대비 낮은 가격정책에도 불구하고 가장 우수한 영업이익률을 지속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1조9,000억원과 6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년에 비해 각각 43%와 5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ㆍ4분기 영업이익은 환율 상승 효과로 시장의 컨센서스를 넘어서는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철강업종 전반에도 재편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포스코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철 신규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증설 러시가 제한될 것으로 보이고 군소업체의 도태와 설비 폐쇄 가속화도 결과적으로 포스코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포스코도 외형적으로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한 30조3,202억원, 영업이익은 30%가량 줄어든 4조8,000억원대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금은 제품가격 및 원재료 도입단가 하락 등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된 6조6,4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영업이익률도 15.8%로 글로벌 철강사 및 국내 대형사 가운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지난달 20만톤에 이어 이달 37만톤 등 총 57만톤의 감산을 단행할 계획이다. 이는 포스코의 연간 조강생산량의 1.7% 수준이다. 비록 포스코가 40년 만에 첫 감산을 단행했지만 이는 유럽과 일본의 경쟁업체 감산량에 비하면 미미하다. 포스코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대목이다. 엄진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의 올해 분기별 실적은 감산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원ㆍ달러 환율 상승효과가 매출원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1ㆍ4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는 설비가 본격 가동된 지난 1973년 매출액 416억원, 영업이익 83억원에 불과했다. 자산도 1968년 16억원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30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철강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위한 포스코의 행보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17% 수준인 원료 자급률을 3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해 브라질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미국 등지의 광산 지분을 잇따라 확보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베트남ㆍ멕시코ㆍ미국 등에 추가로 공장을 건설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정영권 한화증권 연구원은 “불황기에는 원가경쟁력이 우선”이라며 “포스코는 돋보이는 원가경쟁력과 함께 견조한 후판 생산능력 등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