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이 올해를 불과 한시간 남짓 남겨두고 31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되면서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면할수 있게 됐으나 통과시점이 너무 늦어 내년 예산 조기집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내년 상반기에 100조원, 1.4분기에만 50조원의재정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집행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나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일자리창출 등 주요사업 상당수는 제대로 집행되기 힘들 전망이다.
17대 국회는 당초 '신선한 시각으로 무장한 신진의원이 많아 예산안을 일찍 통과시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는 건국 이후 예산안 통과가 가장 늦은 해라는 기록을 세움으로써 민생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게됐다.
◆올해 한시간여 남겨놓고 통과 = 정부 예산안은 지난 88년까지만 해도 매년 법정시한인 12월2일을 지켜 통과됐다.
그러나 89년 12월19일, 90년 12월18일 등으로 기한을 넘기더니 이후부터는 94년과 95년, 또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를 제외하면 매년 예산안 처리가 조금씩 지연돼왔다.
지난해의 경우 12월30일 국회를 통과해 가장 늦은 기록을 세우더니 올해는 그기록마저도 깨버렸다.
예산을 12월2일까지 통과시키도록 헌법에 명시한 것은 정부가 부처별, 지자체별예산집행 세부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진행시키는데 최소한 한달 가량 걸리기 때문으로 예산안 결정이 늦어지면 사업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상반기 조기집행 차질 =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내년에 재정의 59%를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종합투자계획을 통해 연기금 등 민간자본을 SOC사업에 끌어들여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각 부처에서는 이에 맞춰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동안 예산안이 확정되지않아 구체적인 월별 집행계획을 짜지 못했다.
이제부터 실무자들이 밤을 새워 계획을 짜더라도 1,2월 집행은 물리적으로 쉽지않다는게 기획예산처의 설명이다.
특히 일자리창출사업은 해당부처의 사업계획서가 준비되지 않아 시간에 쫓기게됐고 지자체 보조사업도 본예산을 잡지 못해 내년 상반기를 허송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공모사업도 사업기획과 공고, 신청 등을 거치는데 물리적 시간이 필요해연초에는 사업이 힘들게됐다.
◆관행화된 지연처리가 문제 = 국회에서 특정연도에 문제가 있어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도 민생에는 큰 타격을 주는데 우리 국회는 애당초 법정기일은 별 안중에 없다는게 문제로 지적된다.
법정기일을 지키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고 '작년에도 그랬는데 뭘..'하는 법정시한 해저드에 빠져 있는 것이다.
기획예산처 한 고위관계자는 "국회가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는 것은 국가의 효율을 높이는데 크게 작용하는데 의원들은 그해만 넘기지 않으면 국회의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막판에 합의에 성공하면서 준예산을 짜는 사상 초유의 일은 피했지만 연내에만 통과시키면 된다는 고질적인 인식은 민생과 경제를 위해 시급히 개선되야 할과제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