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3월11일] <1340> 게젤 & 자유화폐

‘돈에도 생명이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 부패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음식이나 기계처럼 돈도 쇠약해지는가. 답은 그 반대다. 돈에는 이자가 붙어 갈수록 불어난다. 바로 이게 문제다.’ 100여년 전의 사업가 실비오 게젤(Silvio Gegell)의 생각이다. 1862년 벨기에에서 태어나 대학 진학을 마다한 채 우체국과 상점을 거쳐 25세 때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수입업으로 큰 돈을 번 그가 돈의 속성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1890년의 베어링 위기. 영국계 자본의 투기로 아르헨티나 경제가 휘청거리자 독학으로 경제학을 공부하며 해법을 찾았다. 머지않아 찾은 길이 ‘늙는 돈(aging money)’. 화폐발행 이듬해부터 일정비율씩 가치를 깎는 ‘자유화폐’를 발행하자는 주장을 1906년에 내놓았다. ‘역(-)이자’로 돈의 축재 기능을 없애고 교환 기능을 극대화한 것이다. 사업가로, 재야경제학자로 이름을 날리던 게젤은 1919년 비상과 추락을 동시에 맛봤다. 바바리안 소비에트공화국의 재무장관에 임명된 지 6일 만에 발생한 유혈 쿠데타로 쫓겨났다. 1930년 3월11일 68세로 사망할 때까지 그는 뜻을 펼치지 못했지만 자유화폐는 결코 죽지 않았다. 대공황기에 오스트리아의 한 지역에서는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돈을 사용하려는 수요로 화폐 유통속도가 빨라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경제위기를 맞은 오늘날 게젤의 ‘늙는 돈’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한 최고의 처방전이자 ‘탐욕을 배제한 시장경제’라는 평가 속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게젤에게 가장 후한 점수를 준 사람은 케인스다. 명저 ‘고용ㆍ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케인스는 이렇게 썼다. ‘마르크스보다 게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울 시대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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