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이 강달러의 역풍을 맞고 있다. '메이드인 USA' 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미국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 등 일부 기업들은 해외생산 비중을 다시 늘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CNBC는 미국 제조업 기업들이 달러 강세로 수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의 수출액은 1,367억3,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1.3% 감소했다. 미국의 월별 수출액은 지난해 7월의 1,390억7,000만달러 이후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미국 수출감소는 달러화 강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 때문이다. 특히 유로화 대비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며 대유럽 수출이 11월 전월 대비 7.7%나 급감했다. 유로화는 경기침체와 양적완화(QE) 시행 기대감에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반면 달러화는 경기회복과 금리인상 기대감으로 가치가 치솟으며 유럽 내에서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악화했다. 지난해 5월 초 이후 현재까지 유로 대비 달러 환율은 1.3925달러에서 1.1868달러로 14% 이상 하락했다. 이 밖에 11월 미국의 수출은 중국·브라질·멕시코·캐나다 등에 대해서도 부진했다.
강달러는 해외수입 비중이 높은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코카콜라는 최근 강달러의 영향으로 3·4분기 세전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포인트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해외수입을 본국으로 송금할 때 달러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이키·코스트코 등도 지난해 해외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소재기업인 3M은 올해 달러환산 매출액 증가율이 전년 대비 2%포인트 하락한 3%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판매 상품 가격을 올리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애플은 달러화 강세를 반영해 지난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에 유럽연합(EU)· 노르웨이·러시아·캐나다 지역 등에서 판매되는 애플리케이션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곧바로 적용된 이번 조치에 따라 유럽에서 애플 고객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스토어에서 사는 앱 최저가격이 0.89유로에서 0.99유로로 인상됐다.
해외생산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뷰익 모델을 독일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려는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 내수부진으로 독일 내 GM 자회사인 오펠의 공장 가동률은 70%에 불과했다"며 "유로화 하락이 유럽산 자동차의 대미수출 매력도를 높임에 따라 GM은 미국에 대한 수출을 늘려 유럽 공장의 생산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출부진과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 전체의 회복세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4%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15%까지 높아졌다. 보스턴에 위치한 디시전이코노믹스의 앨런 시나이 이코노미스트는 "강달러는 미국 수출의 최대 악재"라며 "수출 중심 제조기업들은 자동화 등을 통한 경비절감 압박이 갈수록 커질 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