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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토대장정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토대장정<br>행사마다 목적·일정 틀려 참가 규모 집계 어렵고 신고없는 순례단도 넘쳐나<br>돈 벌이 위해 운영 하는 곳 늘어 국가가 양질의 프로그램 제공해야

국토대장정이 인기를 끌면서 매년 여름 방학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깃발을 따라 줄지어 걸어가는 순례단 행렬이 이어진다. 최근에는 단순히 걷는데 그치지 않고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배편을 함께 이용하는 등 프로그램 구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경제DB


여고생이 갑자기… 국토대장정 충격 실태
[이슈 인사이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토대장정폭행·노숙 빈번… 운영단체·인솔자 기준 시급행사마다 목적·일정 틀려 참가 규모 집계 어렵고 신고없는 순례단도 넘쳐나돈 벌이 위해 운영 하는 곳 늘어 국가가 양질의 프로그램 제공해야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국토대장정이 인기를 끌면서 매년 여름 방학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깃발을 따라 줄지어 걸어가는 순례단 행렬이 이어진다. 최근에는 단순히 걷는데 그치지 않고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배편을 함께 이용하는 등 프로그램 구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난 10일 오전 충청북도 충주시 외곽 제천방향 도로.

110여명의 대학생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줄지어 걷고 있었다.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어깨에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이들은 흥사단이 주최한 '2012 대학생 국토순례' 대원들. 지난 6일 강화도 마니산 산행을 시작으로 경기도 양평과 여주를 거쳐 충주까지 약 140㎞를 자전거로 이동한 순례단은 이날부터 도보 행군을 시작했다.

충북 제천ㆍ단양, 강원도 영월까지 걷고 난 뒤 태백산 천제단에 오르는 것을 끝으로 9박 10일 260㎞ 일정을 마친다. 국토순례에 참가한 대학생 손성원(22)씨는 "소중하고 독특한 경험이자 내 한계를 느껴보는 기회"라며 "좋은 친구들과 팀워크도 다지고 생각의 폭도 넓어져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름철 지방 국도를 달리다 보면 커다란 깃발을 앞세우고 줄지어 행군하는 국토 순례단을 가끔 만날 수 있다. 국토대장정의 첫 시작은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흥사단이 주최한 '승공(勝共)의 행군'에는 300여명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참석해 계룡산 갑사부터 서울까지 닷새간 걸었다. 이후 각 지역별 여름 수련활동의 하나로 계속돼왔으며 1998년 동아제약이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시작한 뒤로 널리 알려졌다.

최근에는 각 대학은 물론 민간단체와 전문 청소년 프로그램 업체, 지방자치단체들이 국토대장정 행사를 열며 여름만 되면 나라 곳곳에서 청년들의 걷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회 행사를 시작한 곳도 인하대와 여주군ㆍ아산시, 다문화청소년협회 등 수두룩하다.

국토대장정마다 목적ㆍ일정ㆍ이동수단ㆍ부대행사가 각각이고 따로 집계가 되지 않아 우리나라 국토대장정 참가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 전남(7팀 1,143명)ㆍ경기(5팀 800명) 소방본부에 신고하고 국토순례에 나선 팀도 있지만 신고 없이 움직이는 순례단이 훨씬 많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전남 소방본부 관계자는 "일일이 행군 인력들을 쫓아다닐 수 없기 때문에 신고를 한 단체를 중심으로 매일 위치 파악을 하며 혹시 모를 환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대장정 행사가 크게 늘어난 데는 청소년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많은 수요가 뒷받침됐다. 모험을 즐기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려는 목적에 상급학교 진학ㆍ취업을 위한 스펙(경력) 쌓기 욕구까지 더해지며 국토대장정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동아제약 국토대장정은 올해 144명 모집에 1만명 넘게 지원했고 서울시ㆍ박영석탐험문화재단이 주최한 '대한민국 희망원정대' 경쟁률은 12대 1(96명 모집)을 기록했다.

이 행사에 참가했던 대학생 이한솔(24ㆍ여)씨는 "대학 새내기때부터 계속 지원했는데 졸업반이 돼서야 기회가 생겼다"며 "국토 순례를 통해 배우고 얻는 점이 많다고 알려져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토대장정 행사가 많아지고 참가자도 증가하면서 사건ㆍ사고도 끊이지 않는다는 것. 여름철 무리한 행군으로 지난달 말 전남 영광을 걷던 17세 여학생이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전남 소방본부에 접수된 올 여름 국토대장정 관련 응급 후송 건수만 10건, 환자는 27명에 이른다. 또 질 낮은 음식과 열악한 야영환경을 제공하는 경우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으며 지난달 말에는 한 국토순례에서 인솔자가 참가 중학생을 폭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처럼 국토순례 관련 잡음이 끊이질 않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성격상 청소년 캠프활동을 관장하는 여성가족부, 학생 교육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부처에 걸쳐있는데다 과도한 규제가 아니냐는 반론도 있어 좀처럼 진전이 없는 상태다. 최근 나온 대책이라고는 체험학습 피해사례 신고를 받는 콜센터(716-0136)와 인터넷 사이트 캠프나라(www.camp.or.kr)를 다시 소개한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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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철 교과부 학교자치과장은 "국가가 양질의 국토 순례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하고 행사의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 필요성은 느낀다"며 "다만 국토순례단을 이끄는 단체의 종류가 다양하고 국토순례별 성격을 분류하는 데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소규모 캠프까지 정부가 규제에 나설 경우 과도한 개입이 될 수 있어 우선 현황 파악과 자료수집을 중심으로 실무적인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가 학생들의 안전 문제와 밀접한 만큼 운영 단체나 사람에 대한 기준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병진 캠프나라 사무국장은 "돈을 벌 목적으로 국토순례단을 운영하는 단체들도 생겨나며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학생들이 참여하는 국토순례의 경우 단체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하고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이 인솔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이한솔씨는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인솔자들이 많아 안심하고 대장정을 마칠 수 있었다"며 "국토순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단체나 사람이 안전하게 운용할 능력을 갖췄는지 충분히 준비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사전 답사 등 철저한 준비 필요 경찰·의료진 협조체제 구축해야기업과 대학, 지방자치단체부터 민간단체까지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에 뛰어들면서 운영 주체의 경험 부족이나 준비 소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다년간 국토대장정을 개최한 단체들은 오랜 기간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철저한 사전 준비'와 '안전 확보'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998년 첫 국토대장정 이후 올해까지 15년간 대장정을 개최한 동아제약은 매년 여름 진행되는 행사에 앞서 반년 전부터 기획을 시작한다. 지난해와 올해 국토대장정을 담당한 김주명 주임은 "매년 1월 준비를 시작해 코스 답사만 15번 이상 한다"며 "20일이 넘게 걷는다는 점을 고려해 농로와 차로, 물가를 따라 걷는 길을 섞어 최적의 코스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의 안전확보 역시 최우선 과제다. 동아제약은 대한응급의학회로부터 전문의와 간호사를 파견 받고 있다. 자체 구급차가 행진에 동참하며 사전에 관할 경찰청에 협조해 경찰이 도로 통제 등 안전관리를 돕는다. 국토대장정을 도울 스텝들도 모두 대장정을 뛰어본 경험자로 구성한다.

일주일 이상 진행되는 국토대장정은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영양공급도 필수다. 식사는 이동 급식 전문업체들이 주로 맡고 있으며 쉬거나 잘 곳을 정할 때는 폭염과 폭우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이용민 흥사단 조직국장은 "원활한 국토순례 운용을 위해서는 전체 참가 인력의 3분의 1정도는 지원인력으로 편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토대장정 프로그램 참가에 앞서 운용 단체가 충분히 준비했고 안전을 확보했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한편 참가자들의 굳센 의지도 중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이 국장은 "사람마다 체력의 한계가 있으므로 무리하게 완주를 고집하기 보다는 자기 체력에 맞는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하는 단체나 극기훈련만 고집하는 프로그램의 국토순례는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주임은 "야영을 마친 뒤 주변 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등 국토대장정의 취지에 맞게 움직이는 자세도 중요하다"며 "젊은 시절 도전 정신을 기르고 열정을 키울 수 있는 국토대장정을 한 번쯤 해보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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