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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자금마련은 중년 고민의 제1호다.
신경 쓸 일이 많은 시기라 단기 속성 상품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자녀교육 등으로 지출이 많은 상태에서 그것은 꿈같은 일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서는 유일한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
예전에는 청약통장 하나만 있어도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었다.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작은 아파트를 분양 받아 살림을 키우고 집 크기를 늘리며 살아갔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할 때다. 주택 복권도 인기였다. 1978년에는 1등 당첨금이 1,000만원, 1981년에는 3,000만원, 1983년에는 1억원이었다. 1등에만 당첨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가끔 복권 한 두 장 사는 낙으로 살았다. 돌이켜보면 참 소박했다.
금리도 든든했다. 과거 1979년에서 1982년 사이에는 금리가 30% 수준이었다. 저축만 잘해도 부자가 될 수 있었다. 2000년 초 만해도 금리가 10%~15%였다. 금리가 10%만 되도 복리효과를 적극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금리는 2%~3%에 불과하다. 금리가 낮다 보니 목돈이 들어가는 경우 대출을 끌어다 쓰고 빚을 갚아나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중년의 삶에 '렌탈푸어', '에듀푸어', '하우스푸어' 등 각종 신종 푸어가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빚내서 노후자금이라도 마련하면 좋을텐데 노후자금은 대출로 해결할 수가 없다. 100세라는 긴 인생곡선을 그려놓고, 30~40년간 사용할 노후자금을 퇴직하기 이전에 한꺼번에 모은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성공 확률이 낮다. 젊을 때는 급여가 적어 저축할 돈이 많지 않고, 어느 정도 수입이 늘어난 중년에는 주택 대출, 자녀교육 등에 드는 돈이 많아 또 한번 노후자금을 모을 기회를 잃기도 한다. 계속 기회를 잃다 보면 노년의 삶은 비참해 질 수밖에 없다.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중년이라면 이것저것 공부하고 따져볼게 많다. 과거처럼 상품 하나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포트폴리오'라는 것을 만들어서 운영할 줄 알아야 한다. 위험도 감수해야 하고, 이용해 보지 않은 상품도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와 도전 의식이 필요하다. 다만 겁 없이 도전했던 청년시절과 달리 중년의 도전은 최대한 실패 확률을 줄이고 성공확률은 높이는 전략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을 챙기고, 퇴직금도 퇴직연금으로 활용하고, 별도로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금융계좌도 하나 마련해야 한다. 그래도 노후자금이 부족하다면 살고 있는 집을 연금화하는 주택연금도 고려할 수 있다.
기본적인 공적연금 외에 별도의 개인연금을 마련할 때는 하나의 상품이 아닌 여러 상품을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하나의 상품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전체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0~80%에 이르고, 정작 노후에 필요한 금융자산은 매우 적다. 금융자산 중에서도 예ㆍ적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80%를 차지한다.
중년은 다양한 시각과 성향을 보듬어 균형 있는 자신만의 시각을 갖춰야 하는 시기다. 자금운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인생을 사는데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이 아니듯, 노후를 준비함에 있어서도 하나의 금융 상품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이 알수록 적당한 상품을 선택하는 폭이 넓어지고 노후의 삶이 더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