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베이징 시단 한광백화점 2층 의류매장.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의외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가롭기만 한 1층 명품매장과 수입화장품 코너는 분위기가 다르다. 2층 매장이 북적이는 것은 매장마다 큼지막하게 써붙인 '이저(1折, 90% 할인)' '알저(2折, 80% 할인)' 판촉 때문이다. 불황은 콧대 높던 중국 백화점에 매대로 불리는 가두판매대를 등장시켰다. 여름 티셔츠를 파는 매대에는 10위안(약 1,800원)짜리 티셔츠를 골라 담는 행사가 한창이다.
같은 날 왕징 월마트. 2층 매장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멈춘 지 오래다. 34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도 에어컨조차 작동하지 않는다. 수산물 코너 생선들은 얼음이 녹아 물에 담겨 있다. 소비침체에 세계적 유통체인인 월마트도 두 손을 들었다. 건물주와 임대료로 마찰을 빚으며 전기공급이 일부 차단됐다. 소비가 줄어 매출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임대료를 올리자 월마트도 자포자기 상태다. 세계 1위 할인매장 업체의 굴욕인 셈이다.
중국 내수가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지난 6월 소매판매가 10.6% 증가했다고 하나 체감 소비경기는 마이너스 상황으로 접어든 지 오래다.
부동산 개발을 등에 업고 빠르게 확장하던 백화점 업계도 소비침체에 고개를 숙였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폐점한 백화점은 모두 25개. 통상 2~3년 후부터 수익을 낸다는 중국 백화점들이 개점 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백화점을 포함해 대형마트·하이퍼마켓 등 소매점포는 상반기 모두 121개가 폐점했다.
중국 부동산 최대 재벌인 다롄완다도 소비침체의 위기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완다그룹은 올 상반기 10개의 완다백화점을 폐쇄했고 7월에도 3개 점포를 추가로 닫았다. 지난해 말 기준 99개였던 백화점은 현재 86개로 줄었다. 완다는 매출이 부진한 백화점 45곳도 추가로 문을 닫을 계획이다. 완다 관계자는 광저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매출과 수익이 나는 백화점 45개 정도만 유지할 계획"이라며 "폐점한 백화점 자리에는 영화관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 완다백화점의 폐점은 지역 상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충칭 난핑 완다백화점과 산둥성 지난 완다백화점 입점 상인들은 폐점 이후 왕젠린 완다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건물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고 광저우일보는 전했다. 완다백화점 폐쇄에 대해 중국 매체들은 '올 것이 왔다'는 평가를 내렸다. 부동산 개발 붐에 의존해 일단 지어놓고 보자는 확장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완다는 도심이나 신도시 핵심상권 토지를 선점해 완다광장을 만들로 백화점과 엔터테인먼트·호텔 등을 입점시켜 덩치를 키웠다. 초기에는 백화점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했지만 내수가 쪼그라들며 지금은 오히려 백화점이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값싼 대형마트와 영화관 등이 같이 있는 복합쇼핑몰을 선호하며 매출이 더욱 둔화하는 추세다. 14일 폐점한 장쑤성 이상의 완다백화점은 초기 주말 하루 방문객이 6,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시내 인구가 30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지역상권을 무시한 무리한 백화점 개점은 바로 부메랑이 됐다. 대규모로 조성된 완다광장도 매출이 급감했다. 이싱 완다백화점은 2013년 5월30일 개점 이후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완다백화점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129억위안으로 전년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지난해 신설점포에 힘입어 매출은 증가했지만 신설점포를 제외하면 매출이 마이너스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폐업한 완다백화점은 도심의 경우 오피스빌딩으로 리노베이션되고 있지만 이후 투자는 물론 분양이나 임대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