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동안 대학구조 개혁의 제1원칙을 자율에 뒀다. 그나마 뒤늦게 대학평가 결과를 재정지원과 연계하고 부실대학 솎아내기에 나섰지만 개혁의지를 의심받을 정도로 구조조정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국고를 축내다 강제 퇴출된 부실대학은 전체 337개 대학 가운데 고작 5곳에 불과하다.
대학 자율에 구조조정을 맡기기에는 상황이 엄중하다. 5년 뒤인 오는 2018년엔 고고졸업생 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어진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돼 입학정원 56만명을 그대로 유지하다가는 정원미달에 따른 대학 재정수입 악화로 대학이 무더기로 파산하는 사태를 피할 길이 없다.
대학 구조조정도 서둘러야 하지만 보다 더 큰 과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 인플레이션을 잡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0%를 웃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대졸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눌러앉은 지 오래다. 청년백수의 존재는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대학진학 열풍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현실적으로 뾰족한 방안도 없다. 고교만 나와도 능력만 있다면 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승진기회와 보수가 보장되는 사회문화 정착이 그래서 중요하다. 사내대학이나 직장 재교육 프로그램도 학력거품을 걷어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자면 공공 부문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기업의 채용과 인사 시스템이 학력차별 없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학력을 비롯한 스펙 파괴에 나서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채용할 때만 그치지 말고 고졸 인재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까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