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이 여야 간 대치로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이윤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지식경제부 장관에 사실상 내정되는 등 새 정부 초대 내각 인선이 어렵사리 가닥을 잡았다. 초기 내각은 5~6개 부처의 경우 후보군에는 거론되지 않았던 새 인물들이 발탁되는 등 막판 인선 작업에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 구성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학교나 지역에 몰리지 않는데다 관계는 물론 민간ㆍ학계 출신 인사를 골고루 배치해 ‘안배형 인선’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는 점도 경험을 통한 ‘검증’을 중시하는 이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출신 깜짝 발탁=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산업자원부에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일부 기능을 합친 지식경제부 장관.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의 총선 출마로 이윤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내정됐다. 행시 13회 출신이지만 전국은행연합회 기획조사부장, 럭키금성경제연구소 전무, LG경제연구원장 등을 거쳐 관료보다는 민간 기업인으로서의 경력이 더 눈에 띈다. 이는 기업인 출신을 장관에 배치함으로써 기업의 투자 및 고용 확대, 경기 활성화에 올인 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의 고향이 대전인 점도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농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운천 한국농업CEO연합회장 역시 민간 출신의 발탁으로 꼽힌다. 정 내정자의 주요 사업 활동 무대가 부산이었지만 고향은 전북(고창)인 점도 인선 기준이 됐다. ◇관료 출신은 ‘경험’에 무게를 실었다=강만수(기획재정) 전 재경부 차관, 김경한(법무) 전 법무부 차관, 정종환(국토해양) 전 철도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등 관료 출신 장관 내정자들은 신선함보다는 경험에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행시 8회 출신인 강 재경부 차관의 경우 경제부처에서만 30년 동안 한 우물을 판 자타가 공인하는 정통 경제맨이다. 기획재정부ㆍ지식경제부와 함께 경제부처 빅3로 불리는 국토해양부 장관에 내정된 정종환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역시 건설교통부 수송정책실장ㆍ철도청창 등을 거쳤다. 특히 정 전 이사장의 지역이 충청권(청양) 출신이라는 점도 가산점을 받았다.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김경한 전 차관 역시 대검 검찰연구관,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춘천지검장, 법무부 교정국장, 서울고검장 등 다양한 행정 경험이 돋보인다. ◇청와대 이어 내각도 학계 약진=유우익 대통령실장 외에 청와대 수석 중 6명을 학계 출신 인사들이 차지한 가운데 내각에도 학계 출신이 대거 자리를 잡았다.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교육과학부 장관에 내정된 것을 비롯해 남주홍 경기대 교수(특임), 김성이(보건복지여성) 이화여대 교수, 이영희(노동) 인하대 교수가 초대 내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 장관에는 문화예술계 출신인 유인촌 중앙대 교수가 발탁됐으며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박은경 대한 YWCA연합회 회장이 환경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이밖에 외교부 장관에는 유명환 주일 대사, 국방부 장관에는 이상희 전 합참의장,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원세훈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이 각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