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는 서울의 성인 남녀 552명을 대상으로 '계절적 요인에 따른 정신건강'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설문 참여자들에게 수면시간과 기분·사회활동·체중·활력·식욕 등 6가지 상태를 묻고 어느 달이 가장 나쁜지를 평가하도록 한 뒤 이를 합산해 총점을 냈다. 또 일조량과 온도·습도 등 12가지 날씨 요인 중 어떤 게 사람들의 기분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측정했다.
그 결과 설문 대상자 가운데 16.1%(89명)는 날씨 때문에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고 답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기운이 없다'는 것이었으며 이는 사회적 활동이나 대인관계, 업무 효율성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또 이런 감정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날씨 요인은 일조량으로 파악됐다. 응답자들은 일조량이 줄고 일교차가 클수록 무기력해지고 기분이 저하된다는 답변을 많이 내놓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계절성 증상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관절통과 두통, 위경련 같은 신체증상, 부정적 생각이나 자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겨울철 햇볕이 나면 일부러라도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서양인들의 경우 주로 겨울에만 이런 특징이 나타나는 반면 우리나라는 장마가 끼어 있는 여름에도 비슷한 감정 변화가 관찰됐다"며 "일조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계절에 기운이 달리거나 기분이 처진다는 느낌이 난다면 계절성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계절성 증상이 심해질 경우 조울증(양극성장애)이나 만성적 우울증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고 특히 여성들은 월경주기에 따라 기분저하가 나타나는 월경전증후군도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통합정신의학(Comprehensive Psychiatry)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