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금융기관인 저축은행 업계가 이미지 쇄신노력에도 불구, 부실사고가 잇따르자 허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경남 거창의 아림상호저축은행이 부채가 자산을초과,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업계는 한마디로 "되는일이 없다"는 반응이다.
저축은행의 대표격인 상호저축은행중앙회가 새해를 맞아 TV와 지면을 통한 광고와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등 기존의 '부실'이미지를 털어버리고 업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대내외에 밝힌 바로다음날 부실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유성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은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사업계획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이미지 쇄신"이라며 "광고를 내보내고 전산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해 내년부터는 진정한 서민 금융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업계는 또 지난 2003 회계연도(2003. 7~2004.6)에 900억원대에 이르는 흑자를거두는 등 경영실적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이를 발판으로 여세를 몰아 발전을 위한사업추진에 가속도를 내려했으나 9월말 한마음저축은행이 부실심화로 금감원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또 한번 좌절을 맛봐야 했다.
게다가 한마음 사태를 계기로 지난 10월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저축은행의 부실이 도마에 오르는 등 업계는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기본적으로 은행 등 소위 '제도금융권'에서 받아주지 않는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부실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클수밖에 없다"면서도 "부실이미지도 털어버리고 진정한 서민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위해 뭔가를 해보려고만 하면 꼭 나쁜 일이 발생해 허탈할 뿐이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겉으로는 제도화와 선진화가 업계에 정착되는 것처럼보이지만 사실 대도시의 소수 대형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지방 중소업체들은 아직 객관적인 기준이 아닌 사적인 친분에 의해 대출이 이뤄지는 등 사금융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당국도 사후약방문식의 처방만을 할 것이 아니라 관련법규 강화나 업계전체의 구조조정 등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