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없는 대일외교’ 도마에 반기문 외교장관, 27~29일 공식 訪日“분위기 부적절” 지난주 발언 뒤집어 의혹 제기 김병기 기자 bkkim@sed.co.kr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오는 27~29일 일본을 공식 방문한다. 이번 방일은 지난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일본 측의 어떤 사과도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 장관은 지난 19일 내외신 정례브리핑을 통해 "현재와 같은 상황하에서 방일을 추진하기에는 분위기가 적절하지 않다"며 일본 방문을 취소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반 장관의 이 발언은 평소 일본ㆍ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조용한 외교' 방침을 고수해오던 기존 태도와 비교할 때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들까지 반 장관의 방일이 취소 또는 연기되리라는 것을 기정사실처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반 장관이 닷새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줏대 없는 대일 외교의 결정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태 발생 당시에만 국내 여론을 의식해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다가 잠잠해지자 공식 방문을 통해 '달래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외교적 발언의 무게를 스스로 격하시키면서 외교당국의 신뢰감 조성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반 장관의 입장변화는 고도의 외교적 전략이라는 반론도 있다. 외교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반 장관의 방일에 대해) 일단 일본 측이 고마워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아니냐"며 "확실한 도덕적 우위에 서서 현안에 대해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측 외교 책임자가 직접 일본 지도부 및 언론과 만나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문제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겠다는 의미다. 반 장관은 방일 기간 중 고이즈미 총리, 마치무라 노부타카 외상 등 고위인사들과 면담할 계획이며 NHK방송 등과의 인터뷰 일정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에는 항상 원칙을 고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내 여론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외교당국의 고민도 배어 있다. 한일간에는 11월 제5차 북핵 6자 회담, 부산 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현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반 장관의 방일에 6자 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차관보가 동행하는 것도 이 같은 현안을 풀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만나서 협의할 사안은 많은데 국내 여론에 밀려 마냥 주저하다가는 국익에 더 큰 해를 가져온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전쟁이 나도 외교는 해야 한다"는 말로 이 같은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나 반 장관이 일본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당국자의 사과를 받아내는 등의 '수확'을 거둬오지 못한다면 '줏대 없는 외교'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대일 굴욕외교 논란까지 불러올 우려도 없지 않다. 입력시간 : 2005/10/24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