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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과 인천시가 손을 잡고 22일 문을 연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는 물류산업에 정보기술(IT)을 융합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벤처기업인의 요람 역할을 하게 된다.
인천센터는 IT 기반 벤처기업과 물류 전문가·투자자 간 교류를 주선하는 것은 물론 융합 멘토단을 운영하면서 투자·마케팅·해외진출 등 전(全) 단계에서 창업을 지원한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물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진그룹은 이 과정에서 기술은 물론 자금지원까지 직접 주도하면서 인천을 스마트 물류의 창업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3차원 터미널 관제 시스템 개발=한진그룹은 물류기술과 IT의 융합을 위해 '컨테이너 터미널 3차원 가상화 관제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장비 및 차량 위치를 확인하는 센서와 각종 데이터 처리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IT기업에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게 한진그룹의 설명이다. 전통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물류에 사물인터넷(IoT) 개념을 접목하는 셈이다.
이미 사업장도 마련됐다. ㈜한진의 100% 출자 자회사인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은 오는 2016년 1월 인천신항 1-1단계로 개장하는 A터미널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컨테이너터미널은 사람이 육안으로 짐이 드나드는 것을 점검하고 지시하도록 해 효율성이 낮았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구동되면 실시간 작업상황을 그 자리에서 점검할 수 있고 주요 장비들을 동시에 이동하거나 활용할 수 있어 작업효율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 관계자는 "이번 가상터미널 구축사업이 마무리되면 터미널 전체를 무인자동화하는 기술 개발도 앞당겨질 것"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이 국내 IT기업에 신시장 진출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의 대동금속화학 키운다=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우수한 항공엔진 정비기술을 인천 지역 제조기업에 전수하기로 했다. 인천 지역에 위치한 중소 제조기업의 기술을 질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인천에는 자동차 소재·부품 회사만 1,000여곳에 이를 정도로 많은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지만 기술혁신이 더뎌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은 대한항공과 손을 잡고 항공기 엔진 부품 도금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바탕으로 타 산업에까지 진출한 '대동금속화학'을 롤모델로 삼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1997년부터 대한항공과 협력사업을 시작했으며 당시 종업원 수 21명, 매출 30억원에 그쳤으나 현재는 종업원 123명, 매출 276억원(2014년 기준)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한 푼도 없었던 수출금액도 같은 기간 10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항공엔진 정비사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기술이 까다롭고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군으로 분류되지만 일단 이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으면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기술 '낙수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벤처기업에 통 큰 지원=한진그룹은 또한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총 3개의 펀드에 출자하기로 했다. 창조경제혁신펀드와 신사업창출지원펀드·물류혁신펀드 등이다. 이번에 조성되는 1,590억원의 펀드 중 한진이 담당한 금액이 총 200억원에 이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역 기업과 상생하고 신생기업을 키운다는 명분이 있는 사업인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진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활용해 스마트 물류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한편으로 신사업 창출 지원단을 꾸려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밀진단 △종합클리닉 △성장 아이템 발굴 △판로 개척 등을 종합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