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퍼지고 있는 ‘바닥론’에 대해 정부는 ‘4ㆍ5월 리스크’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른바 ‘저축 리스크’를 언급했다. 윤 장관은 “우리 국민은 소득을 앞당겨 쓰기보다 나름대로 저축하는 측면이 있어 그간 버텼지만 6개월이 지나면서 이마저 고갈돼 매우 큰 속도로 어려움이 다가올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곳간이 비어버린다는 것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비상식량’은 떨어지고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체감 효과는 아직 나타나기 힘든 4ㆍ5월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이른바 경기가 반짝 살아날 때 빠질 수 있는 유동성 함정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비상식량이 떨어진 기업과 개인이 주저앉은 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기업들은 추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서서히 시중에 돈이 돌기 시작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저축과 채권 발행을 늘려 현금 확보에만 주력한다는 것. 실제로 현대중공업이 7년 만에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비롯해 삼성중공업(7,000억원), 현대상선(3,200억원), GS건설(1,000억원) 등 우량 회사들이 잇따라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량 회사들이 현금 확보에만 열중할 경우 돈이 계속 잠기게 돼 이제까지 그나마 여유자금을 갖고 운영하던 회사들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2차 ‘유동성 함정’을 우려했다. 바로 이 같은 사태가 4ㆍ5월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건전하지 못한 지표들도 리스크 요인이다. 소비가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의 4월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이 5개월 연속 한자릿수 증가에 그치고 있고 국산차 내수 판매량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부진한 소비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광공업 생산ㆍ수출 등 지난달 호조를 보였던 지표들 역시 그 추세가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려면 4ㆍ5월이 그 중요한 기점이 될 수밖에 없다. 재정부 관계자는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것을 반드시 경기 저점 확인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며 “2ㆍ4분기에 자칫 지표가 부진할 경우 L자형 장기침체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날개가 부러진 새가 날지 못한 채 파드닥거리다가 다시 주저앉는 이른바 ‘브로큰 윙(broken wing)’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같은 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