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북방영토 갈등… 러·일 밀월 금가나

러 총리 방문·주변해역 장악 등 쿠릴열도 지배력 강화 공세 행보

日 외무상 러 방문 유보 전망

연내 푸틴 訪日에도 영향 미칠듯

"아베정부 경협 끌어내기" 분석


러시아에 대한 서방 경제제재의 와중에도 조심스레 이어져온 일본과 러시아 간 밀월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안보법안 강행과 역사인식 문제로 국내외 압력에 직면한 틈을 타 러시아가 일본과의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며 대일 견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달 말로 예정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의 방러 일정을 유보할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12일 보도했다. 이달 중반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쿠릴열도 이투루프섬을 방문할 계획으로 알려지는 등 최근 영토분쟁 지역에서 보이는 러시아의 행보가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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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지난달 17일 국경경비국이 쿠릴열도 주변 해역에서 일본 홋카이도 출항 어선을 나포하고 18일에는 보건담당 장관이 시코탄섬을 방문하는 등 최근 이 지역에서 연달아 일본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내년부터 10년간 쿠릴열도 개발에 1,400억엔(약 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을 개발해 현재 2만명 수준인 쿠릴열도 인구를 오는 2025년 2만4,000명까지 늘려 실효지배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메드베데프 총리가 12~24일 열리는 한 행사에 참석한다는 명목으로 쿠릴열도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기시다 외무상의 방러는 물론 연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0년 11월 쿠릴열도의 쿠나시르(구니시리)섬을 러시아 정상으로는 처음 방문했던 인물이다.

영토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며 일본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러시아가 이처럼 달라진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서방 국가들과 함께 대러 제재를 계속하는 일본에 대한 러시아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는 한편 아베 정부로부터 최대한의 경제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극동지역 개발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는 푸틴 정권이 서방 경제제재의 와중에 일본으로부터 대규모 경제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영토 문제를 들쑤시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북방영토 문제 해결은 아베 총리의 주요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아베 정권의 약점을 간파하고 흥정을 벌이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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