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건설 신기술 지정제도 겉돈다

200건중 68건 현장활용 실적없어… "기술·시장 따로 노는셈" 지적


'클램프로 일체화시킨 개량조립식 욕실공법.' 다소 복잡한 이름을 가진 이 공법은 지난 2000년 국토해양부가 건설신기술로 지정한 기술이다. 하지만 이 공법은 이후 10년 가까이 단 한 건의 활용사례도 없었다. '신기술'이기는 하나 현장에서는 적용사례가 전무한 제도상의 신기술인 셈이다. 국토부의 건설기술 개발 촉진을 위한 신기술지정제도가 겉돌고 있다. 건설 신기술 3건 중 1건은 사실상 활용사례가 전무해 기술과 시장이 따로 노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28일 국토부와 한국건설교통기술술평가원ㆍ한국건설신기술협회 등에 따르면 1990년 처음 도입된 '건설신기술지정' 제도를 통해 지정된 신기술은 11월 말 현재 595건에 달한다. 이중 기간이 보호 만료된 295건을 제외한 200건이 현재 신기술로 지정돼 짧게는 3년, 최대 10년까지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중 68건은 신기술 지정 이후 단 한번도 실제 공사에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심사를 거쳐 공식적으로 이를 지정공시까지 한 신기술 3건 중 1건은 건설업체나 발주기관조차 외면하는 말뿐인 신기술인 셈이다. 건설신기술의 사후 활용실적 등을 관리하는 건설신기술협회에 따르면 2008년 한해 동안 200건의 신기술 중 활용실적이 있는 것은 132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활용실적이 있는 신기술 가운데도 활용실적 공사 금액이 10억원 미만인 기술이 56건이나 됐으며 활용실적 100억원 이상인 기술은 고작 11건에 그쳤다. 이 같은 활용실적은 신기술로 지정되면 기술 자체에 대한 독점권은 물론 입찰 등에서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부진한 실적이다. 신기술로 지정되면 각종 공공공사에 우선 적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입찰심사 과정에서 가점이 부여되고 심지어는 경쟁이 아닌 수의계약까지 가능하다. 이처럼 신기술이 활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심사 자체의 문제점을 꼽는다. 신기술 심사는 1차 심사와 현장심사, 2차 심사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차 심사의 기준인 진보성ㆍ신규성ㆍ시장성 중 시장성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시장성의 경우 업체가 제출한 시장현황과 분석ㆍ전망에 의존하고 있다"며 "특히 심사위원 대부분이 실제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학계 전문가들이다 보니 시장성 자체를 판단한다는 게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기술협회 관계자는 "단순히 활용실적만으로 신기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기술 그 자체가 또 다른 기술개발의 토대가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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