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독서지도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전집의 ‘이중성’이다. 민간 독서운동 단체인 한우리 독서문화운동본부의 정미선 강사는 전집이 어린이들에게 책 읽는 ‘맛’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지만 과하면 되레 ‘싫증’만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 강사는 “구입한 전집은 바로 진열하지 말고 통째로 장롱 속에 보관한 채 매주 몇 권씩 바꿔 내놓으라”며 소위 ‘물갈이론’을 강조했다. 예컨대 50권짜리 위인전기를 샀다면 첫 주에 아이가 가장 읽고 싶어하는 5권만 먼저 내놓고 매주 2~3권씩 바꿔주라는 얘기다. 정 강사는 “이렇게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들을 순차적으로 내놓으면 아이는 ‘저 안에는 내가 읽고 싶은 게 가득하다’며 늘 흥미와 기대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동물, 식물, 국제사회, 역사 등 지식ㆍ정보 관련 전집을 구매했을 경우 아빠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게 매우 중요하다. 정 강사는 “정보성 전집은 아빠가 읽어도 새로운 내용이 많아 ‘이런 게 있었구나’라는 반응이 절로 나온다”며 “이를 본 아이는 은연 중에 ‘내가 아빠보다 아는 게 많네’라며 흥미와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소화할 수 있는 음식’을 줘야 한다는 점. 아이 연령대에 맞지 않은 어려운 내용의 전집을 고를 경우 ‘우리 엄마가 골칫거리를 하나 더 주는구나’라며 아이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와 함께 정 강사는 “아이가 책을 무조건 빨리 읽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 읽기 능력이 잘 발달한 아이들 중에는 자신이 다른 친구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하며 아이들이 명작의 맛을 차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부모가 옆에서 함께 독서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