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만들려던 정부의 방침이 5ㆍ31 지방선거 탓에 좌초된데 이어 자영업자의 과세 투명화 작업 등 조세 정책이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올스톱됐다. 지방 정부들은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탄력세율을 악용해 재산세를 깎아주고 오피스텔 탈세는 더욱 기승을 부리는 등 조세 행정의 비틀림 현상이 심각하다. 핵심 당국인 재정경제부 세제실은 정치 일정 때문에 실상을 뻔히 알면서도 손을 대지 못한 채 ‘춘면(春眠)’에 들어갔으며, 대신 ‘조세 개혁안 유출 파문’으로 흐트러진 내부 조직을 우선 수술한다는 방침이다. 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유권자 불만을 초래할 세제 개혁조치를 선거 이후로 발표를 미루면서 ▦지난달 예정됐던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은 빨라야 6월에나 공개될 예정이며 ▦조세감면제도 손질도 하반기에나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 과표 노출 방안도 현실적으로 고소득층만 특정하기 힘들고, 자칫 자영업자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선거 이후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지방 정부의 왜곡된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탄력세율을 이용해 재산세를 깎아주고 있는 것인데, 재경부 등 중앙 정부내에서는 차제에 탄력세율 제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강남지역 등 기초자치단체에서 또다시 재산세를 경감해주는 현상이 나타나 8ㆍ31대책의 효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당의 입장을 곧 정리하겠다”고 말했지만, 딱 부러지는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경부 관계자는 “조세 정책이 선거 등 정치 일정에 바람을 탄지는 오래 되었다”면서도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 등의 대형 정책이 잇따라 좌초되는 통에 조세의 선진화 작업이 자꾸 늦어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