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통령 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빼 놓을 수 없는 화두는 단연 경제. 정치권은 국민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그려 보이며 다음 5년을 약속한다. 그러나 씁쓸하게도 우리의 경제 현실은 지금 당장 풍전등화의 상황에 몰려 있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9.6%로 전체 실업률(3.4%)의 약 2.9배에 달한다. 경제가 얼어붙자 기업들은 기존 인력을 감축하고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와 맞물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사회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자산 가치는 하락하고, 빚을 내 어렵사리 내 집을 장만한 사람들은'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는 곧 중산층의 붕괴를 가속시키고 이는 한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진다. 과연 위기의 한국 경제를 벗어날 돌파구는 없는 것인가?
책은 바로 이 같은 우리의 경제 현실을 제대로 읽고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 동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연세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한 저자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양극화 현상, 조세와 부자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계 경제와 부채, 일자리 창출, 부동산 정책, 통일 비용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한국 경제 위기의 진원지를 크게 열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1,00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의 문제다. 경제 불황으로 직장에서 내쫓긴 사람들과 은퇴한 세대들이 점차 자영업에 몰리고 있다. 2012년 6월 자영업자 수는 약 474만 명에 이르고 이들 중 14% 가량은 소득의 40% 이상을 부채 상환에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같은 가계 부채 증가가 카드, 부동산 등 다중 채무자를 양산하고 중산층 붕괴 현상까지 초래한다는 데 있다. 중산층은 한국 경제의 허리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정부는 허리를 좀 더 강화했어야 했지만, 그 동안 부자들을 더욱 부자로 만들고 왜곡된 부와 시장 구조를 만들었을 뿐이다. 이에 저자는'중산층 살리기'를 위한 정부 주도의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단순히 일자리 창출이 아닌, '좋은'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좋은 일자리'를 단순히 소득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닌 누구나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실천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대내적 요인 못지 않게 저자는 휘청대는 중국 경제가 한국 경제 위기와도 연동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수출의 24%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시장에 대한 한국의 수출 의존도는 무려 54%에 이른다.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구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단순 성장구조가 외국 금융기관들에 자금 흐름의 정보를 누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이에 저자는 '내수 중심 경제'로의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수 시장을 키울 것인가? 저자는 북한, 중국, 러시아의 연해주를 포함한 3억 시장에 눈을 돌린다. 저자는 특히 남북 경제 협력을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는다. 그는 "북한의 빠른 개방을 유도할 수 있다면 한국 경제의 르네상스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며 "통일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만 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