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업무가 끝나지 않은 오후3시부터 1,300여명의 회사 전직원이 종로의 한 극장으로 대이동 했다. 개봉작 ‘나는 전설이다’를 단체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행사는 SK커뮤니케이션즈와 엠파스와의 합병 후 처음 치루는 전직원 화합행사로 여러 사옥에 흩어져 있는 전체 임직원을 수용하기 위해 극장에서 가장 큰 2개관을 대여했다. 대표이사의 인사말을 동시중계하기 위한 촬영 설비도 마련했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받아들고 자리를 잡으니 영화가 시작됐다. 영화 전 보여주는 광고가 아니라 직원들이 촬영한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동영상이다. 각 사업부서를 총괄하는 본부장들의 송년 인사 후 한 랩퍼가 등장한다. 회사 각 사업부의 파이팅을 외치는 수준급의 랩이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여러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이 속도감 있게 편집돼 흘러간다. 아는 얼굴이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환호가 터졌다.
전직원이 처음 모이는 자리의 어색함이 신나는 영상으로 허물어질 무렵 시작한 영화는 ‘윌 스미스’가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공포영화다. 공포영화를 함께 보거나 무서운 놀이기구를 함께 타면 공동체 의식이 강해진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옆에 있는 동료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두 조직이 합쳐진 통합법인이 진정한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그 첫걸음을 젊은 인터넷 기업만의 차별화 된 문화행사로 시작했다. 딱딱한 업무 환경을 벗어나 영화 관람 후 팀 단위로 호프타임을 갖는 등 편안한 커뮤니케이션 기회가 자연스럽게 마련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8월 ‘학창시절, 단체 영화 관람의 추억을 되살리며 회사에서 이런 기회를 갖는다면 재미있겠다’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경영진에서 분기마다 실시하는 차별화 된 문화행사로 정례화 시킨 후 계속된 이 문화행사는 이제 인터넷 기업 젊은 직원들의 창의성과 열정, 또한 회사에 대한 애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유의 행사가 됐으며 앞으로도 계속 직원들에게 사랑 받는 전통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