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후보가 열린우리당 한명숙(韓明淑) 의원과 김병준(金秉準)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압축돼 가는 양상이다.
이병완(李炳浣) 청와대 비서실장이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4∼5배수 후보를놓고 백지상태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후보군의 폭을 넓혔지만 한 의원과 김실장 2명이 '의미있는' 후보군이라는 것이 청와대 기류이다.
제3후보의 등장 가능성을 완전 차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주중 총리 지명을 예고,시간이 촉박한 터라 새로운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낙점'만 남았다고 할 정도로 김 실장의 발탁이 유력하던 상황에서 첫 여성총리후보로 한 의원이 급부상함으로써 흐름상으로는 한 의원이 우세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실장도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며 "두 사람이 동렬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무게추의 이동을 경계했다.
한 의원의 급부상은 전날 이 실장의 발언을 계기로 가시화됐다.
이 실장은 5.31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을 감안, 비(非) 정치권 인사의 총리 발탁을 전제로 총리 후보군이 압축돼가던 흐름을 차단, "대통령이 정치권과 비정치권을갈라서 얘기한 적이 없다"며 정치인도 후보군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나아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있다"며 여성 총리후보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이에 따라 '백지상태 검토'라는 이 실장의 설명은 곧바로 '정치인 출신의 여성총리 후보 검토'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으로 연결됐고,곧이어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한 의원의 이름이 흘러나오면서 '한명숙 총리'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김병준 실장이 유력한 후보"라고 얘기했다는 점에서, 어떤 계기로 압축되던 후보군이 다시 후퇴해 넓혀졌느냐는 점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 실장 기자간담회로 총리인선 기류가 반전되기 직전까지도 한 수석급 참모는'김병준 총리' 가능성을 유력하다고 언급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한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 실장의 총리 기용은 유력하게 검토됐고, 지금도 유효한 카드"라며 "후보군이 다시 넓어진 것은 대통령께서 김 실장이 '대통령의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는 점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에 정통하고 정무적 역량 등 여러 면에서 김 실장이적임자이지만. 국회 인준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남자'가 일국의 총리가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어날 것을 염려하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 '키워드'(key word)로 '대화정치'를 내세우고 있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총리 인준 과정에서 가급적 마찰을 피하고 싶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풀이된다.
더불어 김 실장은 참여정부 정책 전반을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은 그를 임기를 함께 정리할 '마지막 총리 카드'로 꼽고 있었는데,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의 돌출 낙마로 총리 기용 일정이 엉켰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이 같은 고민이 주말을 거치면서 백지재검토쪽으로 선회했고 한 의원이 총리 후보로 부상하는 쪽으로 진전됐다.
한 의원은 2004년 이해찬 전 총리 기용 당시에도 하마평에 오른 적이 있었고,여성, 환경부장관을 지내 국정경험이 있는데다 당적은 있지만 정치색이 별로 없다는점이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각에 여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첫 여성총리라는 상징성때문에 한나라당도 쉽사리 반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 의원이 분권형 국정운영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책임총리형'으로는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고, "일단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거중립은 힘들지 않느냐"는 야당의 반발에 부닥칠 수도 있다는 점이 변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모든 인사가 그렇지만 야당이나 여론이 요구하는 총리 인선의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는 분을 찾긴 정말 힘들다"며 인선의 어려움을 말했다.
한 의원, 김 실장 모두 '2%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따라서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동시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 했다"는 점을 은연중 부각시켜누구를 지명하더라도 제기될 야당의 시비에 대비하려는 명분축적의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총리는 결국 두 후보에 대한 여론의 반응과 장단점을 노 대통령이 어떻게 읽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낙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