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했다. 앞으로 7~10년 안에 소득 2만불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혁신, 구조개혁, 노사개혁,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균형발전을 5대 실천전략으로 선정했다. 과거의 요소투입형 성장방식을 지양하고 기술혁신과 경쟁촉진을 통한 고부가가치 경제를 추구하는 동시에, 세계화 관점에서 적극적인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분배중심에서 성장중심으로 정책기조를 선회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소득 1만불 후에 나타나는 함정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선진국의 경우, 1만불을 넘어서 2만불로 가는 길목에 여러 경제위기가 발생했으나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기에 선진국진입이 가능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노사갈등 등 다수의 경제위기 요인이 잠복해 있다. 이런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경제ㆍ사회적 토대를 하루 빨리 안정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과 소수에 대한 배려, 다른 의견에 대한 존중 등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노사관계 등 사회적 통합을 위협하고 있는 부문에서의 과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국가발전 모델을 구축하는 문제는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과거 정부주도형 압축성장모델은 1만불 달성 시기까지만 유효했다. 이제는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구축이 필요하다. 미래 성장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한 성장중심형 모델이 바람직하고, 현황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기 보다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개방형 경제모델을 유지하면서 혁신체제를 갖춰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5대 실천전략에서 각 부문별로 선진국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핀란드식 첨단산업 육성모델을,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영국 대처의 리더십과 미국식 시장원리모델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들 모델을 무조건 도입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요인들을 감안한 후에 접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서구모델을 우리 현실에 부합되게 토착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벤치마킹에 따른 단순모방으로는 1등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우선 노사관계안정을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노사화합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 다음은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동북아협력을 강화하고 FTA의 적극적인 추진이 시급하다. 또한 정부의 추진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조직을 정비하는 등 정부개혁도 필요하다.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선 6T(ITㆍBTㆍNTㆍETㆍSTㆍCT)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전통산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전통산업은 아직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규모와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의 접목을 통한 시너지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동원해야 한다. 글로벌 500대기업의 국별 분포를 보면 한국은 현재 12개 정도에 불과하다. 산업별로 상위3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글로벌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대기업은 글로벌 TOP10을 목표로 하고, 중소기업은 글로벌 상위 1%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할 만하다. 이 밖에 교육과 금융시스템 등 선진형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소득 2만불을 달성한 선진국들은 나라별로 경제적 특성과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지금과 달랐다. 따라서 2만불 국가에 이르는 경로와 정책은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강력한 개혁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도 국가비전과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리더십이 크게 요구된다.
<정희수(서울경제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