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어수선하다. 남유럽의 재정위기로 유럽 전역의 경기가 위축되고 미국ㆍ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이 부진, 우리 경제 역시 심상찮은 영향을 받고 있다. 금융ㆍ외환 부문에서 지난 금융위기 이후부터 가동해온 안전장치로 어느 정도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실물경제다. 유럽ㆍ중국으로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내수까지 위축돼 연초의 상저하고(上底下高) 경기 예측은 물 건너갔고 하반기 상황도 여의치 않다.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들도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으며,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는 3% 이하의 전망치까지 내놓고 있다.
신흥시장 개척-경쟁구도 재편 대비
이 같은 경제 흐름과 전망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적기에 적절한 정책이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을 과대평가해 경제활동이 위축되면 그 결과는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 경제 상황이 단기간 안에 호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유럽의 상황 전개는 이미 시장상황에 충분히 반영돼 대형 사건이 터지지 않는 한 당장 세계경제를 급전직하시킬 것 같지는 않다.
세계경제의 회복 여부는 이제 미국ㆍ중국 경제의 회복속도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 경제가 더블딥으로 가거나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낮다. 상반기 수출 부진과 정책기조 전환 과정에서 8% 성장선이 무너진 중국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긴축완화 정책을 폄에 따라 중국 경제는 2ㆍ4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경제도 2ㆍ4분기부터 고용사정이 다소 악화되고 주택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2% 안팎의 성장이 기대된다. 물론 이 같은 기대는 미국과 중국이 가진 정책수단ㆍ능력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다.
그런 맥락에서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에 몰입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보다는 세계경제의 침체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우리가 이 시점에서 대응할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 특히 거시적 경제여건의 변화에 대해 우리가 대외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극히 제한적이다.
결국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요국의 시장개척 활동을 전개해나가면서 위기 이후 새롭게 재편될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008년 경제위기 때도 그러했듯이 중국ㆍ인도ㆍ동남아ㆍ중앙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원자력발전 및 정보통신 인프라, 각종 플랜트 등의 수출을 위한 민관 합동의 적극적인 통상활동을 전개한다면 우리는 위기 이후 또 다른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다.
불공정 제재하되 기업의욕 진작을
정부는 중국ㆍ러시아와 중남미 주요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통상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기업들의 불공정한 상관행은 엄격하게 제재하더라도 기업의욕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은 절대 삼가야 한다. 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의 영업기반이 크게 잠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큰 나락에 빠져 있는 지금이 우리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준비 여하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