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개콘)가 여전히 인기다. 개콘의 인기 코너를 모르고는 젊은이들과 대화가 안 될 정도다. 과거에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최종병기 그녀라는 인기 코너가 있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항상 마지막에 ‘안돼’라는 말로, 최종병기 그녀에서는 미모의 여배우가 ‘난 이런 거 못해’라고 외쳤다.
‘안돼’와 ‘사람 불러야 돼’라는 말은 재미있는 유행어다. 촌철살인의 풍자와 해학이 있다. 하지만 별로 좋은 말이 아니기도 하다. 웃자고 하는 개그쇼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은연중 부정적 생각, 의존적 태도가 배어든다. ‘못해’라는 말도 그렇다. 뭐든지 자기는 못한다고 한다. 공주병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 자주 쓰면 자신도 어느덧 거기에 물들게 된다. 그래서 가끔은 웃음 뒤에 씁쓸함도 느꼈다.
지난 1970년대 오일 쇼크 때 우리 건설업체들이 중동에 많이 나갔다. 당시 정부에서 건설업체 대표들을 불러 중동 진출을 권했는데 전부 ‘노(NO)’라고 했다고 한다. 가서 시장 조사를 해보니 건설업이 진출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더라는 것이었다. 모래 사막에다 40도가 넘는 더위, 물조차 없는 곳에 진출하라니 말이 되느냐고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때 유일하게 한 사람만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유를 물으니 답이 가관이었다. 첫째, 사막이라서 싫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사막이라 천지 사방에 건설자재, 모래가 널려 있어 좋다는 것, 둘째, 더워서 일 못하겠다고 하는데 밤에는 시원하니까 이때 일하면 된다는 것. 셋째, 물이 없는 것은 끌어다 쓰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게 시각의 차이다. 같은 물건, 같은 현상을 봐도 어떤 시각과 자세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인간의 체계는 생각이 정리돼서 말이 되고 말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구조로 돼 있다. 의미를 크게 두지 않고 대수롭잖게 내뱉는 말이 어느덧 행동으로 옮겨지고 습관이 되고 다시 사고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말,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긍정적 사고는 최고의 멘털 에너지다. 할 수 있다, 된다고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성취하지만 할 수 없다, 안 된다고 생각하면 그나마도 되지 않는다.
경제 운용에 있어서도 제일 우려하는 게 비관적인 자기실현적 예언(self fulfilling prophesy)이다. 최근 우리 경제가 사실 어렵기는 하다. 그러나 우린 지난 5년간 세계경제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이를 극복했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모두가 잘 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고 희망을 노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