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이모 교사는 며칠 전 동료 교사들로부터 뜻하지 않은 축하인사를 받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새 학기를 앞두고 2학년 담임을 맡게 된 이 교사에게 배정됐던 한 학생이 갑자기 전학을 간다는 얘기가 교무실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사연을 따져보니 지난해 전교에서 매번 꼴등을 맴돌며 학급 평균을 갉아먹던(?) 골칫덩어리가 빠져나가면 학급 성적도 올라가고 담임 입장에서는 큰 부담을 덜 것이라는 얘기였다.
뿐만 아니다. 해마다 새 학기가 닥치면 교사들이 이른바 ‘물 좋은 반’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성적이 괜찮고 집안도 좋은 학생들이 한명이라도 많은 학급을 차지하려고 교장이나 교감을 상대로 벌어지는 로비전도 결코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래저래 교사들이 학급의 점수 관리에 목을 매고 평점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우리 교육계의 서글픈 자화상일 수밖에 없다.
새 출발의 기대감에 들떠야 할 요즘, 학교는 잇따른 성적 비리와 부정입학 사건으로 어수선하기만 하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를 어떻게 안심하고 학교에 맡기겠냐”며 불신에 가득 차 있고 교사들은 “학생 지도가 불가능하다”며 잔뜩 한숨만 내쉬고 있다.
성적 비리 사건은 과거에도 있어왔지만 최근 터져나온 사례는 조직적이고 구조적으로 진행돼왔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교육 당국까지 한통속으로 똘똘 뭉쳐 비리를 저지르고 이를 은폐해왔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결코 만만치 않을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도 바뀌었지만 엄청난 사고가 터져도 누구 하나 자신의 책임이라며 회초리를 드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이제는 더 이상 잘못된 우리의 교육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교사와 학부모와의 잘못된 유착구조를 뜯어고치고 재단이나 교장의 입김에 좌우되는 교단의 풍토를 과감히 바로잡아야 한다. ‘대학 지상주의’에 매몰된 교육정책의 일대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생님들의 양심일 수밖에 없다. 묵묵히 교단을 지키는 참스승을 욕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리 교사는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땅의 잘못된 교육 현실을 뒤로하고 외국으로 떠나가는 우리 아이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