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이주열·김중수 같은 듯 다른 행보

취임초 통화정책 방향 틀어 매파 성향 李총재 금리 인하

비둘기파 金 전 총재는 인상 "매·비둘기 구분 의미없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움직이면서 김중수 전 총재와의 같은 듯 다른 행보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정부인사 출신인 김 전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는데 정작 정통 한은(BOK)맨인 이 총재는 금리 인하로 출발선을 떠났기 때문이다. 물론 4년 전과 경제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하지만 그간 두 사람이 워낙 대조적인 행보를 보여온 터라 한은 안팎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전 총재가 취임했던 2010년 4월 당시 기준금리는 2.00%로 사상 최저수준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한은은 5.25%이던 기준금리를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2.00%로 연거푸 낮췄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다 보니 과도하게 낮아진 기준금리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막상 김 전 총재가 금리 인상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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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기회복과 맞물려 물가상승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자 김 전 총재는 취임 3개월째인 2010년 7월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상향조정했다. 기준금리 방향을 튼 것은 17개월 만이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외부 출신 총재이자 취임 전부터 "한은은 정부"라고 언급하며 성장에 방점을 찍었던 김 전 총재인지라 시장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모한 그를 새삼 주목했다. 김 전 총재 역시 훗날 "거의 혁명적인 결정"이라고 자평했을 정도다.

4년 전과 기준금리(2.25%) 숫자는 똑같은데 이 총재는 정반대 상황에 놓였다. 취임 4개월째인 8월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내리는 것으로 발걸음을 뗐다. 시장으로부터 추가인하 압력까지 받고 있다. 취임 초기 "금리 방향은 인상 쪽"이라고 발언했던 것은 진작에 물렸다. 기업들의 투자부진에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위축까지 겹치면서 정부의 내수부양책을 거들지 않을 수없는 입장이 됐다. 30년 이상을 한은에 근무한 경력을 감안하면 당초 김 전 총재에 비해 당연히 '매파'적 기질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 행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총재가 취임 후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 정상화에 적극 나섰던 반면 이 총재는 통화정책으로 경기회복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게 아이러니하다"며 "결국 매나 비둘기 한쪽으로 구분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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