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신용경색’과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발단된 금융위기는 베어스턴스ㆍ리먼브러더스ㆍ메릴린치 등 거대 투자은행을 무너뜨렸다. 위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전체 금융시장으로 번져나갔다. 마침내 세계적인 거대 금융기관인 시티뱅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AIG 등도 위험에 빠졌다. 금융위기는 전세계로 확산됐다. 금융시스템 자체가 위기에 빠진 이번 금융위기를 전문가들은 60년 만의 최악의 위기로 평가한다. 미국 및 각국 정부는 위기해결을 위해 거시경제정책에서 국제공조를 이루고 무제한 유동성 공급, 제로 금리, 재정지출 확대 등 온갖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위기 수습 국면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편 각국은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초에 미국 투자은행들은 금융기관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을 한데 묶어 거대한 자금풀을 만들고 이것을 다시 여러 조각으로 쪼개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이런 과정에서 대출담보부채권(CLOㆍ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 등 파생상품이 대규모로 발행됐다. 투자은행들은 CLO를 경쟁적으로 판매하면서 엄청난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게다가 연방준비은행은 장기간 저금리정책을 유지해 과잉 유동성을 공급했다. 금융위기의 여건은 조성됐다.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금융시장에서 금융자유화ㆍ자본자유화 등 규제완화가 강조됐다. 금리가 자유화되고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이 확대됐으며 국가 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졌다.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는 금융혁신을 조장하고 경쟁을 촉진했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규제완화는 금융혁신을 촉진하고 금융공학 등으로 첨단 금융상품이 개발됐다. 다양하고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누구도 첨단 금융상품의 위험과 가치를 잘 알 수 없다. 투자자는 물론 감독 당국, 신용평가기관 등도 위험을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첨단 금융상품 거래는 자연히 투명성 문제를 제기한다. 1990년대 동아시아 금융위기도 근본적으로는 투명성 결여가 원인이었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금융시장은 투명성을 담보할 만한 금융 인프라가 미비했다.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리스크 관리가 부실한 것이 결국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금융시장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금융혁신과 기술발달에 따른 첨단 금융상품의 출현은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위험에 대한 평가를 어렵게 한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거래는 자연히 투명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남미의 경제학자 디아스 알레한드로 교수는 ‘금융자유화가 이뤄지자 금융위기가 온다’고 주장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도 금융자유화ㆍ개방화 등 규제완화에 따라 금융거래 투명성이 훼손된 것이 원인이다. 그렇다면 위기 다음에는 무엇이 오는가. 금융위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위기 후에는 언제나 규제가 강화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대공황과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이 1933년 글래스스티걸 법을 도입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법은 은행이 고수익ㆍ고위험의 증권 업무 등 투자은행 업무를 금지하고 1999년 폐기될 때까지 60여년 동안 미국 금융시장을 규제했다.
최근 영국 정부도 금융시스템 개혁방안을 미련했다. 헤지펀드ㆍ신용평가기관 등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투자기관에 대한 규제,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또한 금융사 임직원의 보너스를 포함한 보수체계에 대한 개선 방안도 포함된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도 금융규제 및 감독소홀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모기지 대출과 자본건전성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 신용평가제도와 회계제도 개선 등 금융시스템 투명성 제고와 감독 강화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금융위기 역사는 이렇게 규제완화와 규제강화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