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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포 체인지(TIME for CHANGE·변화하라)'.
호주 아시안컵에 나서는 축구 대표팀은 새로 정한 슬로건처럼 확 바뀌었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과감한 변화로 정상을 탈환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인데 선수 구성에서도 새 얼굴의 득세가 두드러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다음달 9일 호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안컵에 나갈 23명의 최종 선수명단을 발표했다. 7개월 전 홍명보 전 감독이 공개했던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인 11명이 다른 얼굴이었다. 공격진에서는 이근호만이 살아남았고 미드필드에서는 김보경·박종우·지동원·하대성이 제외된 대신 남태희·김민우·한교원·이명주가 들어갔다. 수비에서는 윤석영·이용·홍정호·황석호가 빠지고 김주영·차두리·김진수·장현수가 포함됐다. 골키퍼 이범영 자리에는 김진현이 들어갔다. 월드컵 멤버 가운데 부상자가 많기도 했지만 브라질에서 한계에 부닥친 한국 축구를 체질부터 개선하겠다는 슈틸리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슈틸리케는 "55년 동안 한국이 어떻게 걸어왔는지 모르지만 지금이야말로 변화를 줄 수 있는 때"라며 "(한국보다 국제축구연맹랭킹이 높은) 이란·일본도 우리처럼 우승을 목표로 호주에 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것만 100% 해낸다면 전 경기인 6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대회가 끝나는) 1월31일까지 호주에 살아남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27일 호주 시드니로 출국하며 다음달 4일 현지에서 열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평가전을 통해 슈틸리케는 조별리그 첫 경기 오만전(10일)에 출격할 선발 명단을 완성한다.
◇박주영 대신 이정협, 모험인가 안정인가="이정협의 경기력에 대한 책임은 감독인 내게 있다." 슈틸리케는 준비한 듯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표팀 간판 공격수 박주영을 뽑지 않고 이전까지 A대표팀에 한 번도 승선한 적 없는 이정협을 '깜짝' 발탁했다. 슈틸리케는 "박주영을 선택하는 게 더 수월한 결정일 수 있었다"며 "이정협은 구단에서도 백업요원인데 우리가 경기를 지켜보다가 부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의 탈락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타깃맨을 찾다 보니 (이정협을 뽑았고) 박주영을 최종적으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타깃맨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와의 싸움을 이기고 머리나 발로 공을 따내는 능력을 가진 스트라이커. 슈틸리케가 타깃맨으로 점찍었던 이동국·김신욱은 부상 중이다. 결국 박주영 아니면 이정협이었는데 박주영의 이름값보다는 이달 제주 전지훈련에서 가능성을 보인 이정협을 선택한 것이다.
키 186㎝의 장신 공격수 이정협은 2013시즌 부산에서 K리그에 데뷔, 27경기 2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에는 상주 상무 소속으로 25경기 4골을 기록했다. 21일 자체 평가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K리그 최초의 혼혈선수 강수일을 따돌리고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 이정협은 "나도 놀랐다. 군인 신분으로 국가를 위해 뛰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정협의 발탁은 모험으로 보이지만 박주영을 뽑았다면 그게 더 큰 모험이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주영은 사우디리그 알샤밥에서 최근 6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김진수-차두리, 띠동갑 풀백 뜬다=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호펜하임의 김진수와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FC서울 차두리는 좌우 풀백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1992년생 김진수와 1980년생 차두리는 띠동갑. 김진수는 포지션 경쟁자인 퀸스파크 윤석영이 부상을 당한데다 소속팀에서 최근 5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며 주전 입지를 굳혀 무난하게 명단에 포함됐다. 브라질 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낙마했던 김진수로서는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힘을 보탠 데 이어 '제2의 이영표'로 각인될 기회를 잡은 셈이다.
차두리 역시 브라질 월드컵은 뛰지 못했지만 9월 슈틸리케 부임 후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로 인정받으며 화려한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아버지 차범근도 선수 시절 못 품은 아시안컵 트로피를 후배들과 함께 들어 올리는 게 국가대표 차두리의 마지막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