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인하 논의가 점차 무르익고 청약가점제 조기 시행까지 확정되면서 수도권 분양시장이 빠른 속도로 양극화되고 있다. 지역을 불문하고 분양가가 비싸게 책정된 아파트는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상대적으로 값싼 아파트에는 청약인파가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이처럼 수요자들이 분양가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서둘러 분양을 마치려는 주택업체들도 분양가 산정에 적지않은 골치를 썩일 전망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청약을 시작한 삼성건설의 서울 성북구 종암동 ‘래미안 종암2차’와 GS건설의 경기 수원시 입북동 ‘서수원 자이’는 각각 26.2대1, 1.7대1의 평균 경쟁률을 보이며 첫날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25, 33, 43평형으로 구성된 래미안 종암2차는 평당 분양가가 1,000만~1,100만원선으로 비교적 저렴한데다 지난 ‘1ㆍ11 대책’에서 청약가점제 9월 조기시행이 확정되자 가점제에서 불리해지는 20~30대 무주택자들이 청약통장 사용을 서두르면서 높은 청약열기를 보였다. 실수요자가 많은 32평형 단일 평형의 서수원 자이 역시 평당 분양가가 970만원선으로 정해져 분양가에 대한 거부감이 낮았다.
이에 앞서 ‘저가 분양’으로 주목받은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의 ‘경남 아너스빌’ 역시 11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2.24대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경남 아너스빌은 43ㆍ58평형으로 구성된 중대형 아파트면서도 주변시세보다 평당 300만~400만원 낮은 평당 920만원선에 분양됐다. 흥덕지구에서 평당 900만원선에 분양된 경기지방공사의 ‘자연앤’과 용인지방공사의 ‘이던하우스’는 10년 전매제한에도 불구하고 청약저축 장기 가입자들이 몰려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반면 최고급 주상복합과 조망권 등의 장점을 내세워 고분양가를 책정한 중대형 위주 아파트들은 초기 분양성적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9월부터 시행되는 데 따른 수요자들의 기대심리 때문에 값비싼 민영 아파트들이 외면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평당 3,387만~3,395만원으로 국내 최고 분양가의 기록을 세운 GS건설의 서울 서초동 ‘아트 자이’가 대표적인 예다. 이 아파트는 17일 54~101평형 164가구에 대한 서울ㆍ수도권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49명이 접수하는 데 그쳐 0.3대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5일 3순위 접수를 마감한 경기 용인시 공세동 ‘성원 상떼 레이크뷰’ 역시 총 345가구 모집에 128명만이 청약했다. 서울 요지의 주상복합으로 관심을 모았던 ‘SK 리더스뷰 남산(233가구)’은 3순위까지 갔지만 결국 22가구가 미달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고분양가가 더이상 발붙이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과 청약 가점제로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신혼부부 등 20~30대 무주택자들의 조급함이 맞물려 9월까지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