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쉬는 노리는 것이 있었다. 백2 이하 8은 그 노림을 구체화하려는 수순이다. 장쉬는 상변에서 중앙으로 뻗어나온 흑대마의 연결 장치에 약점이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백이 그것을 추궁하면서 중앙으로 펄쩍 뛰어나올 수만 있다면 바둑은 백승이다. 백16까지는 필연인데 그 다음이 기로였다. 장쉬가 기대하는 것은 흑이 참고도1의 흑1로 따내는 것이었다. 그것이면 백은 무조건 2로 펄쩍 뛰어나온다. 뒤늦게 흑3으로 반격해 보아도 백4 이하 8로 백의 사활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 이 진행이라면 정말로 백승이다. 그러나 불행히도(다카오 편에서 본다면 천만 다행히도) 실전보의 흑17로 먼저 내려서는 묘수가 있었다. 지금 백이 참고도2의 백1로 뛰어나오면 어떻게 될까. 흑2 이하 10으로 백대마가 잡혀 버린다. 중원으로 아무리 뛰어나와 보아도 한 집을 더 낼 공간이 없다. 별수 없이 백은 22로 살았고 흑은 23으로 틀어막는 수순을 얻었다. “철컹 하고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이 바둑의 검토를 구경하던 시인 박해진(아마 5단)이 한 말이었다. “장쉬가 첫판은 잃었군.” 서봉수 9단이 신음처럼 말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