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본청 11층 휴게실, 대전지방청 구내식당, 용산세무서 부가세과 앞 복도, 남대문세무서 화장실, 북대구세무서 주차장, 남인천세무서 부가세과 사무실, 경주세무서 직세과 사무실….
이들 장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청결상태가 불량한 장소도 아니고 근무여건이 열악해 시설을 확충해야 할 장소도 아니다. 이들은 다름아니라 국세청 직원들이 납세자로부터 뇌물을 받는 장소로 많이 활용한 곳이다.
뇌물수수 행위가 대부분 직원들의 눈에 띄지않는 본청이나 세무서 밖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달리 국세청내 공공시설이나 사무실에서 공공연하게 뇌물이 오고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뇌물수수 장소별 사례를 보면 국세청 국제조사국 직원은 지난 97년 9월 국세청 11층 휴게실에서 인쇄물관계로 알고 있던 납세자로부터 30만원을 받았고, 대전지방국세청 직세국 직원은 지난 97년 5월 대전청 국내식당에서 한 업체 경리부장으로부터 법인세 업무와 관련해 50만원을 받았다.
또 광화문세무서의 한 주사는 지난 97년 6월 남대문세무서 화장실에서 납세자의 양도소득세 신고와 관련, 선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1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한나라당 김재천(金在千) 의원은 26일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를 이용, 「국세청 뇌물수수비리 백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97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감사원이 적발한 중앙부처 뇌물수수 범죄 270건중 77.2%인 195건이 국세청에서 발생했다. 뇌물수수 현황을 보면 일상적인 뇌물이 113건에 1억9,823만원으로 가장 많고 부가세 관련 39건 1억8,765만원 소득세 관련 24건 1억1,380만원 법인세 관련 14건 1억1,07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뇌물수수 액수는 100만원 미만 87건 100만원이상 1,000만원 미만 91건 1,000만원이상 17건 등으로 1건당 평균 323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수수 유형을 보면 뇌물로 고가의 차량을 받은 경우, 납세자와 세금흥정을 한 경우, 부당결손처리해주고 뇌물을 받은 경우, 직위를 이용해 직접 탈세영업을 하는 경우, 납세자로부터 휴가비를 받은 경우, 아예 집단적으로 뇌물을 받은 경우 등 각양각색이다. 【이기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