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최대주주를 찾습니다

이건희 회장 20년. 삼성그룹의 매출은 10배, 세전수익은 75배, 시가총액은 140배 늘었다. 삼성그룹의 성장 비결로 경제 전문가들은 이 회장의 리더십을 첫손에 꼽는다. 오너의 리더십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오너의 리더십은 존망에 직결되는 문제가 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혀를 차게 만든다. 경영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최대주주가 실종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것이다. 결산을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하는 과정에서 종전 최대주주가 신고 없이 지분을 매각해버린 것으로 확인돼 갑작스럽게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아예 최대주주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A사는 얼마 전 주주총회를 위해 명부를 폐쇄한 결과 최대주주로 돼 있던 이모씨의 지분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며 최대주주 변경사실을 공시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전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사실을 확인했지만 퇴사 뒤 연락이 되지 않아 누구에게 매각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A사가 최대주주라고 밝힌 P사 측이 “최대주주가 아니다”고 발뺌, 투자자들을 또 한번 혼란에 빠뜨렸다. B사의 경우 아예 최대주주가 행방불명됐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말 기준 주주명부를 확인한 결과 최대주주가 개인 두 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이후 보유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이 회사는 종전 최대주주를 대신할 새 최대주주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대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뒤 매각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뒤늦게 최대주주가 바뀌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책임경영에서 나온다. 매일매일 생존의 벽에 부딪히는 중소기업에 있어 오너의 판단력은 곧바로 생사로 연결된다. 코스닥시장에서 ‘내일의 삼성’을 찾는 것은 이뤄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한 걸까. 최대주주가 없거나 있어도 명목뿐인 기업들은 자신이 투자자라면 그런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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