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새집 줄게 헌집 다오'
권문용
일부 서울시 출신 국회의원이 서울시세인 담배소비세와 각 구청이 받는 종합토지세를 맞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것은 당장 서울 시민에게 5,000억원의 손해를 끼치는 발상이다. 서울 시민 한 사람이 5만원씩 손해를 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올해 시세인 담배소비세가 5,200억원인데 비해 구세인 종합토지세는 7,400억원으로 2,200억원이 더 많다. 내년에 종합토지세는 과표가 점차 현실화하게 되므로 1조 200억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담뱃세는 금연운동의 확산으로 올해 수준인 5,200억원으로 머물게 된다. 담배 값을 올린다 해도 수요가 줄게 된다.
그러니 5,000억원을 구청들이 손해보는 셈이다. 구청의 재정을 도와주겠다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나섰지만 결국 서울시 전 구청에 5,000억원의 손해를 끼치겠다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각 구별로 따진다면 이익이 되는 구가 있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대답은 노(No)이다. 다 손해가 난다.
용산구와 강동구는 내년에 당장 160억원 이상 각각 손해를 본다. 이러한 손해는 5년 후 350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성동구ㆍ동작구ㆍ광진구는 내년에 40억 ~ 50 억원의 손해가 날 전망이다.
또한 동대문구ㆍ강북구ㆍ은평구ㆍ구로구는 각각 10억 ~ 20억 원 정도의 손해가 난다. 나머지 구들도 거의 두 세목의 세수가 비슷해진다. 이 전망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용역분석에서 나온 결과다.
이런 방식으로 지방재정을 도와주겠다는 발상은 제발 이제 그만하자.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자치단체를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대로라면 동요 두꺼비에서 나오는 ‘헌집 줄게 새집 다오’가 아니라 ‘새집 줄게 헌집 다오’의 꼴이 된다.
따라서 서울시 22개 구청장들이 모여 종합토지세와 담배소비세의 맞교환을 절대 반대 한다고 지난 4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신 국회의원들이 진정으로 구청을 도와주겠다면 담배소비세를 구세로 이양시키는 게 좋을 듯하다. 그보다 이 나라 정치인들이 지방자치를 도와주려 한다면 일본처럼 교부금 규모를 줄어나가고 자주재원으로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20%를 지방소비세로 이관시켜주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1인당 소득 1만달러까지는 중앙집권체제로 가능하지만 2만달러대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각 지방이 주인이 돼 직접 뛰는 지방자치의 활성화가 우선이지 않을까. 지방자치는 한마디로 자주재원 확보가 성패의 관건이다.
입력시간 : 2004-09-07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