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이탈이아), 스시(일본) 등 세계적 음식은 사실 그 나라의 흔한 먹을거리입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한 음식도 우리 일상에서 찾아야 합니다." 라스베이거스 호텔업계의 동양인 최초ㆍ최연소 총주방장 아키라 백(본명 백승욱ㆍ36)이 26일 말하는 한식 세계화의 해법이다. 최근 '라스베이거스 요리사 아키라 백(김영사 펴냄)'의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은 그는 "세계인의 입맛이 웰빙 코드에 맞춰 비슷해지고 있다"며 "과거 일본에서는 마늘 등 향신채를 거의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이 쓰고 우리 음식은 반대로 강한 맛 위주에서 벗어나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으로 바뀌는 것 같다"며 한식 세계화의 가능성은 높다고 진단했다. 학동초등학교 시절 프로 야구선수를 꿈꿨던 그는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관광도시 아스펀에서 그의 눈에 띈 것은 설원의 프로 보더들. 타고난 운동신경 덕분이었을까 그는 보드를 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프로 선수가 됐고 세계 10위권 내에 진입하면서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경기 중 큰 사고로 그는 선수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당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프로 보더 시절 아르바이트 삼아 드나들었던 일식집의 요리사가 그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그의 성실한 자세는 일식집 주인을 감동시켰고 그는 요리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나갔다. 그는 미국 최고의 일식 레스토랑 노부에서 비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총주방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야채 써는 방향, 칼 가는 법에 따라 식감이 달라진다"며 "7년 정도 지나서야 기본원리를 터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리사가 된 후 15년 만에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극찬할 만큼 세계 명사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라스베이거스의 특급호텔 벨라지오의 레스토랑 옐로테일과 파트너가 된 그는 이제 세계적인 셰프의 반열에 올랐다. 직접 만든 요리도 많다. 참치회를 올린 피자, 도미회, 로브스터 카파치 등 모두 아키라 백의 영혼이 담긴 요리다. 일본식 이름인 아키라는 일식으로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그는 "재미교포의 이름이 샘이면 괜찮고 아키라면 안 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일본식 이름이라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요리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요리는 자유"라며 "화가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그림을 그리듯 요리는 접시 위에 맛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본기. 기본기 없이는 응용도 창작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글을 배울 때도 알파벳을 완전히 이해해야 하듯 요리는 재료ㆍ도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요리사가 된 그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것. 우선 한국에 그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개점하고 동료들과 함께 세계에 선보일 요리를 만드는 것이 첫번째 관문이다. 이곳에서 만든 요리로 미국 등에 그의 레스토랑을 내고 한국 요리사를 진출시켜 우리 음식을 선보이겠다는 것. 그는 "한식이 세계적인 음식이 되려면 우선 스타 요리사가 많아야 한다"며 "일식이 세계적 음식이 되기까지 일본 정부와 기업이 일식 레스토랑을 대대적으로 지원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내건 사케와 막걸리를 상품화하는 작업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