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옥쇄파업 54일째를 맞은 쌍용차 사태는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쌍용차의 생산과 판매 네트워크가 급속히 붕괴돼 가고 있는 가운데 부품업체들은 이달 말까지 공장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법원에 쌍용차의 청산을 요청하겠다고 밝히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도 "강제 해산이든 극적 타결이든 조속히 공장이 가동되지 않으면 쌍용차의 회생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생산·판매 네트워크 붕괴 초읽기
13일 쌍용차에 따르면 지난 5월 22일 파업이 시작된 후 현재까지 1만여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회사가 입은 손실액은 2,100억여원에 달한다. 지난달 판매 대수는 217대에 불과해 판매에 따른 매출이 40억원 안팎에 불과했다. 남아있는 자금도 100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차 협력업체 중 25개사가 휴업중이고 2차 협력업체 중에서는 무려 76개사가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부도를 맞거나 자진폐업한 업체도 23개에 달한다. 파산 위기는 판매 대리점도 마찬가지다. 쌍용차의 판매 대리점 140여개는 모두 별도 법인. 이들은 한달 이상 차를 거의 팔지 못해 고사 상태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면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판매망도 회복하기 어려워 진다"며 "자동차 기업의 생산과 판매 네트워크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이기 때문에 회생이 불가능 해 진다"고 전했다.
◇협력사 법원에 파산 요청
벼랑끝에 몰린 부품업체들은 결국 법원에 파산 요청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쌍용차 협력업체들을 포함한 채권단 모임인 '쌍용차협동회 채권단'은 이날 충남 천안 남서울대에서 제2차 임시총회를 열고 "쌍용차가 이달 말까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법원 측에 파산 절차를 밟아줄 것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병훈 채권단 사무총장은 "파업 사태가 50일을 넘기면서 더 이상은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쌍용차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내기로 했다. 공장 가동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협력업체들의 부도와 폐업, 근로자 해고가 속출하자 법정관리로 묶인 3,000억원에 달하는 회생채권(법정관리 신청 이전의 채권으로 파산 등 추가 절차가 없으면 당장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이라도 조속히 받아보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경찰은 지난 11일 쌍용차 평택공장 4개 출입문을 확보한 후 노조원들의 강제 해산을 유도하고 있다. 정문 확보 사흘째인 13일에는 출입문 안쪽 10여 미터 앞에 철그물까지 설치하고 경력을 배치한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조만간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도장공장은 시너와 도료, 각종 유류 등 엄청난 양의 인화성 물질이 있어 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