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시행 1년앞으로
은행창구를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제도 시행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은행과 보험사들은 '동상이몽(同床異夢)' 속에 좀처럼 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기대하는 은행들은 보험사에 속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최근에는 상호저축은행들마저 보험상품을 팔아보겠다고 시장탐색에 나섰다. 그러나 보험상품 판매를 맡겨달라는 은행권의 구애(求愛)는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보험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보험사들이 여전히 방카슈랑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반대로 '어슈어뱅킹(assurbankingㆍ보험사의 판매채널을 통해 은행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러는 동안 국내은행들은 차츰 외국계 보험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은행ㆍ외국계 보험사 짝짓기
방카슈랑스 영업을 위해 은행-보험사간 짝짓기가 구체화되고 있는 곳은 ▦신한금융지주-BNP파리바 ▦국민은행-ING ▦하나은행-알리안츠 정도에 불과하다.
이밖에 우리은행이 미국 AIG, 영국 프루덴셜 등으로부터 합작 생보사 참여제안서를 받았으며 조흥은행이 국내외 생보사 몇곳과 합작 생보사 설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 일색이다.
이중에서도 신한금융지주회사와 BNP파리바가 공동 투자하는 방카슈랑스 전문 생명보험사의 올 하반기 출범만이 확정된 상태고 국민은행-ING는 ING의 국민은행에 대한 추가 출자가, 하나은행-알리안츠는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작업으로 저만치 밀려나 있는 상태다.
우리은행과 조흥은행의 합작 생보사 설립 계획 역시 결과를 예단하기 이르다.
◇저축은행도 제휴 행렬 가세
대형 저축은행들도 방카슈랑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솔저축은행이 현대해상ㆍ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업무제휴를 추진하고 있으며 푸른저축은행 역시 보험사와 손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까지 나서 대형 보험사와의 업무제휴를 서두르고 있다. 지역밀착형 영업인 저축은행이 보험상품 판매에 강점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대형 보험사 방어적 입장
보험상품 판매자격을 취득한 은행이나 저축은행에 자사의 보험상품을 공급해주는 초기적 형태의 방카슈랑스는 거부감이 없을지 모르지만 특정 은행에만 상품을 공급하는 '배타적 제휴'나 '합작 생보사 설립'에 대해 국내 보험사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방카슈랑스를 '보험사의 판매채널 확대'가 아니라 '은행의 보험산업 진출'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안정성과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은행의 보험상품 판매를 보험사가 달가워 할 리가 있겠냐"며 "대형 생보사들은 시장잠식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 역시 "현재로서는 방카슈랑스에서 보험사가 주도권을 잡기 힘들다"며 "대형사 중에는 주도권을 빼앗기면서까지 방카슈랑스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법령도 마무리 안돼 혼선
방카슈랑스와 관련된 법령이 아직까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금융사들의 신속한 대응를 막고 있는 요인이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내년 8월 방카슈랑스 시행을 못박기는 했지만 그 명확한 틀은 법 개정 후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직원 중 몇명이나 모집인 자격을 취득해야 은행점포가 보험대리점이 될 수 있는지, 또 은행 점포에서는 어떤 상품을 몇개나 팔 수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외국계 보험사들이 한국의 방카슈랑스에 관심이 있어도 적극적인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태준기자
조의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