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 말, 실감했죠”

‘금혼학칙’ 폐지로 20~40년만에 졸업장받는 梨大만학도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의 의미를 학교에 다니면서 제대로 느꼈네요.” 김이환(68ㆍ영어영문학과)씨와 최은선(54ㆍ도자예술과)씨, 허순이(46ㆍ체육학과)씨 등 중년을 훌쩍 넘긴 여성 만학도들은 26일 이화여대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캠퍼스에서 보낸 지난 시간이 꿈만 같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들은 재학 중 결혼을 금지한 ‘금혼(禁婚)학칙’ 때문에 40∼ 20여년 전 졸업장을 받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났다가 2003년 봄 금혼학칙이 폐지된 덕분에 재입학 할 기회를 갖게 됐다. 57학번인 김이환씨는 “지난해 3월 재입학 때는 많이 망설였는데 정말 잘 선택한 것 같다”며 “처음에는 인터넷은 커녕 프린트도 못했는데 지금은 파워포인트로 발표도 한다. 유종의 미가 얼마나 큰 기쁨인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아동용 모자가게를 운영하는 72학번 최은선씨는 오후11시께 수업을 마치면 다음날 오전5시까지 가게에서 일하고 3∼ 4시간 정도 잠을 잔 뒤 다시 등교해 공부했다. 그는 “로또복권에 당첨된 것보다 더 기분이 좋다”며 즐거워했다. 81학번 허순이씨 또한 세 딸의 어머니이자 인테리어업체 사장 그리고 늦깎이 대학생으로서 지난 2년 반 동안 1인 3역을 맡아 치열하게 살았다. 허씨는 “워드프로세서로 리포트를 쓰고 인터넷으로 쪽지시험을 보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익숙하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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