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희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대표팀 운영을 유연성 있게 하겠다.”
축구 대표팀 명단에는 허정무 감독이 고민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오는 9월5일 열릴 호주와의 평가전을 대비해 역대 최다인 10명의 해외파 선수들이 소집됐다. 설기현(풀럼), 김남일(빗셀 고베) 등 올드보이들도 1년여 만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다. 허 감독은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초 해외파를 모두 불러 점검할 계획이었다. K-리그와의 갈등 때문에 뽑을 선수를 못 뽑은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K-리그와 대표팀이 상생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축구협회로서는 최대한 허용되는 범위에서 생각했다”고 K-리그 입장을 배려했음을 시사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최근 A-매치 평가전이 K-리그 일정과 겹친다며 대한축구협회에 거세게 반발했었다. 연맹은 A-매치 일정을 옮기지 않으면 선수 차출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고 협회는 A-매치 날짜 조정은 국가적인 웃음거리가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충돌로 치닫는 듯했다. 결국 협회 측에서 10월10일로 예정된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10월14일로 옮기겠다고 한발 양보하면서 정면 충돌은 피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9월5일 열리는 호주와의 평가전 다음날 K-리그 일정이 잡혀 있는 등 국가대표선수를 보유한 구단은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이번 소집에 국내 구단의 사정을 우선 순위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소집을 요청했던 대상자 15명 가운데 차두리(프라이부르크), 안정환(다롄스더), 조재진(감바) 등 5명만 빠졌고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등 10명의 해외파가 뽑혔다.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해외파로만 구성해도 선발을 꾸릴 수 있을 정도다. 허 감독은 이에 대해 “모든 포지션에서 경쟁이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표팀 골격은 대체로 유지하면서 최상의 조합을 찾는 방향으로 선수를 기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