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앞으로 발행될 고액권의 경우 앞번호 지폐를 한은이 아닌 시중은행을 통해 무작위 공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새 1만원, 1,000원권 발행을 앞두고 수백명이 한은 앞에서 밤샘 노숙을 하며 장사진을 친데다 화폐 교환업무가 시작된 뒤 대기자들간 순서 다툼으로 극도의 혼란이 초래된 데 따른 것이다.
23일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새 지폐를 발행할 때는 일련번호 1~100번은 한은 화폐금융박물관에 소장하고 101~10,000번은 조폐공사를 통해 경매처분하도록 하는 한편 10,001~30,000번은 한은 화폐 교환창구에서 공급했으나 앞으로는 한은이 빠른 일련번호를 직접 공급하지 않고 시중은행을 통해 무작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폐공사 경매물량을 좀더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관계자는 “만일 대기자들간 충돌로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한은에 근무하는 청원경찰만으로도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질서 상황이 연출됐다면 중앙은행의 위상과 신뢰도에 큰 흠집이 초래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5만원, 10만원의 고액권은 이번에 발행된 1만원, 1,000원권에 비해 예상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감도 훨씬 높아져 빠른 일련번호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소장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신권은 조폐공사의 경매를 통해 투명하게 처리하고 나머지는 시중은행으로 무작위 공급, 밤샘 대기경쟁의 유발 요인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조폐공사 경매물량 외 빠른 앞번호가 어떤 시중은행에 공급되는지도 사전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은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