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환규 고려대 신소재화학과 교수<BR>식물 광합성 응용으로 효율성 300배 "세계 최고"<BR>"4~5년내 실용화"…광정보통신 광범위한 적용 기대
|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0월 수상의 영예를 안은 김환규 고려대 신소재 화학과 교수(사진 윗줄 왼쪽 두 번째)가 소속 연구팀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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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같이 나뭇가지 모양으로 뻗어 있는 덴드리머가 빛을 흡수하면 Er
3+(그림 한 가운데) 에서 빛이 효과적으로 집적되는 집광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김 교수는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서 착안, 이 같은 원리로 세계 최고 수준의 광증폭 덴드리머형 나노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차세대 정보통신 산업은 모든 정보를 지금과 같은 ‘전기’가 아닌 ‘빛’의 형태로 바꿔 보다 빠르고 선명하게 전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가 빛의 세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광증폭 나노 소자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0월 수상의 영예를 안은 김환규 고려대 신소재 화학과 교수는 흥미롭게도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 착안, 엽록체 대신 빛을 흡수하는 원자단을 이용, 세계 최고 수준의 발광효율을 기록한 나노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가 개발한 고효율의 ‘덴드리머형 유기 광증폭 나노소재’는 한 마디로 식물의 엽록체의 빛을 흡수·전송시키는 집광효과를 고도의 화학 기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창조한 것이다. 여기에는 엽록체를 대신해 빛을 흡수하는 원자단(유기 발색단)이 이용됐다. 덴드리머는 중심(core)에서부터 나뭇가지 모양의 일정한 단위구조가 반복적으로 뻗어 나오는 모양의 고분자. 특이한 모습 때문에 그리스어로 나무를 뜻하는 ‘덴드론(dendron)’에서 유래된 이름을 얻게 됐다.
김 교수는 이처럼 특이한 모양의 덴드리머에 발색단을 적용, 나뭇가지처럼 무수히 뻗어 나간 바깥 광안테나에서 레이저 빛을 흡수, 이를 최종적으로 중심 발색단에 포집시키는 집광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이 빛 에너지를 희토류 이온에 전달시켜 빛의 세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증폭시키는 데 성공했다. 희토류 금속은 주기율표 중 원자번호가 57~71번인 원소 15가지를 총칭하는 것으로 현재 레이저용ㆍ광증폭 소재, 디스플레이 유기 소재, 자기공명영상기기(MRI) 세기 보강 소재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유기 광증폭 소재가 광증폭 소자로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나오는 빛의 세기가 짧은 통과 거리(수 cm내)에서 들어온 빛의 세기보다도 1,000배 이상으로 증폭돼야 한다”며 “이번에 개발된 소자는 300배의 효율을 기록해 실용화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아직까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300배의 효율성을 보이는 소자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또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희토류 착화합물의 구조 변화에 따른 광증폭 수명 시간과 들뜬 상태의 전자 움직임, 에너지 전달 및 변환 등을 연구해 광증폭 원리 및 분광학을 통한 에너지 전달 메커니즘을 새롭게 규명하는 추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성과는 유기ㆍ무기ㆍ고분자ㆍ불소화학, 분광학, 정보소재화학 등 서로 다른 다양한 학문 간 교류 영역들이 함께 접목해야 가능한 것들”이라며 “때문에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계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고 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초고속 광대역 정보통신 분야는 현재 대용량의 정보를 보다 빠르게 전달하는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들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연간 광증폭 소자 시장 규모만 2006년 기준 약 25억달러로 2010년 이후에는 수 백억달러 이상 급팽창할 전망이다.
이번 소재 개발로 현재 지금까지 개발된 그 어떤 소자보다 최상의 광증폭 특성을 발현하는 나노소자를 상용화할 가능성을 앞당긴 만큼 시장 선점 가능성도 더욱 가까워진 셈이다.
그는 “4~5년 내에 실용화의 기준인 1,000배 이상 효율이 좋은 광증폭 소자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지금까지 제한적으로 적용돼 오던 유기 재료를 무한하게 초고속 정보·통신 산업에 응용, 광정보통신 산업의 혁명을 불러 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