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채 전용 펀드로만 몰리던 자금이 회사채를 편입하는 펀드에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 3월 SK글로벌 사태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됐던 투자자들의 회사채 기피현상이 크게 완화된 데 따른 것으로 앞으로 회사채 거래가 재개되면서 채권 유통시장도 점차 활기를 되찾아 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투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회사채 편입이 가능한 후순위채(CBO) 펀드와 일반 머니마켓펀드(MMF)로 시중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 지난 3월 SK글로벌 사태가 터진 이후 일반투자자는 이들 펀드에서 자금을 환매해 국공채 전용펀드에 재투자했다. 이로 인해 국공채 전용펀드에만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빚어졌다.
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CBO펀드 설정액은 지난 3월 6,295억원이나 줄어든 데 이어 4월 1,619억원, 5월 1,107억원 감소하는 등 3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증가세로 반전해 6월 1,567억원이 늘어난 데 이어 7월에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돼 9일 현재 465억원이 증가한 4조1,37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MMF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투신사들이 내놓은 MMF 상품은 모두 회사채는 전혀 편입하지 않는 국공채 전용 펀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객들이 회사채를 편입하는 일반 MMF에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투신운용의 일반 MMF에는 지난 6월부터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해 현재 하루짜리 MMF의 비중이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 MMF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삼성투신 역시 6월부터 비중이 높아져 현재 전체의 절반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일반 MMF가 40% 정도였지만 6월 들어 50%로 올라섰고 이달 들어서는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회사채편입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은 카드채 위기 등 시장의 악재가 서서히 걷혀가자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안전 위주에서 고수익으로 투자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CBO펀드는 제시수익률이 현재 6%(6개월 만기) 수준으로 국공채 펀드와 비교할 때 월등히 높다. MMF도 마찬가지로 국공채 전용펀드의 경우 제시수익률이 3.8%대이지만 회사채 편입이 가능한 MMF는 4.2%대까지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들 펀드에 편입되는 회사채는 아직까지 A급에 한정돼 있고 B급 이하 채권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고 운용사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오현세 현투운용 채권운용팀장은 “B급 이하 채권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지만 SK글로벌 사태 직후와 비교할 때 고객들의 심리가 바뀐 것은 틀림없다”며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