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시그널 더 세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은행간 단기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기존의 1.0%대로 유지한 것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뉴욕 월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FRB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에도 금리인상에 대비하라는 신호를 더 강하게 줬다. FRB는 앞으로 발표되는 생산과 소비ㆍ고용ㆍ인플레이션 데이터 등을 면밀히 지켜본 후 ‘예측 가능한 시점’이 되면 금리인상을 단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통화정책에서 인내하겠다는 표현을 과감히 삭제한 것이나 미국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분명하게 언급한 부분에서 FRB의 이러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호전되는 경기지표=미국은 지난 2001년 1월부터 13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고 감세정책을 추진하면서 경기진작에 주력했다. 금리인하라는 통화정책과 감세라는 재정정책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경기부양에 나섰던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3월 신규고용이 4년 만에 최고인 30만건을 넘고 소매판매와 공장주문이 각각 1.8%, 4.3% 증가하는 등 소비와 기업지출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나타났다.
또 3월 신규 주택판매는 연간기준으로 환산해 122만건을 기록, 사상 최고에 달했고 냉장고 등 내구재주문도 5% 이상 신장하는 등 생산과 소비ㆍ투자가 모두 되살아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경기호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FRB가 물가상승의 기준으로 주목하고 있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1ㆍ4분기 최근 3년래 가장 빠른 3.2%를 기록했고 상품과 서비스 총비용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노동비용은 의료비 증가로 1.1% 상승했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에 근접하고 무연가솔린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인상 시기 6, 8월=‘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단기금리가 오르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경기개선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FRB가 다소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며 FRB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로버트 헬러 전 FRB 이사도 “FRB의 이번 발표는 조만간 연방기금금리가 25bp(0.25%포인트) 인상될 것이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인 경기개선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인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는 분석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FRB가 공격적인 금리인상보다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FRB가 이날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잘 억제됐다’고 언급한 배경에는 이런 의도가 깔려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97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FRB의 금리인상 시기를 설문한 결과 대부분 6월과 8월 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뉴욕=서정명 특파원 vicsjm@sed.co.kr
입력시간 : 2004-05-05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