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법률안ㆍ국회규칙안의 체계ㆍ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국회의원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 법사위원은 16명으로 그중 변호사 출신으로 보이는 위원이 10명이다. 법사위원은 제대로 의원직을 수행하고 있을까.
다음은 지난 2003년 말 관련 보도를 발췌한 것이다. “세무사법 개정법률안 처리에서 국회 법사위가 내용을 수정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2003년 12월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법사위 수정안은 변호사와 회계사에게 계속 세무사 자격을 주되 세무사 명칭만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변호사와 회계사도 일반 국민처럼 세무사시험에 합격해야 세무사 자격을 주도록 한 재정경제위원회의 안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당시 세무사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당초 재경위 개정안은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는 세무사 자격을 폐지하는 것이었는데 법사위로 가면서 자동자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전체 15명 중 13명이 변호사로 구성된 법사위에서 양심에 따라 자동자격을 없애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나 보다.
사법시험 과목에 포함된 과목을 면제하는 것은 수긍할 수 있겠지만 변호사 자격이 있다는 것만으로 변리사ㆍ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당시 법사위는 누구나 공감하는 개정안을, 그것도 법사위의 자구심사 권한을 넘어 실체 내용까지 바꿔버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어떤 사안을 판단하는 사람은 그 사안이 자기의 이해관계에 있을 경우에는 그 판단에서 빠지는 게 기본 윤리다. 그래서 재판에서는 판사의 제척과 기피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법에 정통한 분들이, 국익을 위해 활동해야 할 분들이 자기 출신 직역이익을 위해 눈을 질끈 감는다는 비아냥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지금 특허침해소송대리권에 관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현행 소송대리권규정을 대폭 축소해 변리사들의 거부감도 있지만 국가기술경쟁력을 걱정하는 과학기술계의 뜻을 반영한 개정안이다.
고양이에게 맡기더라도 생선은 지켜지는 사회일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꿈일까. 더 이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서는 안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