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던 ‘우정공사 민영화 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되고, 이것이 중의원 해산으로 연결됨에 따라 일본 정국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따라서 당분간 정치불안에 따른 엔화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8일 중의원해산 소식이 전해지자 엔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에 대해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어 정치적 충격에 따른 엔화 약세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국불안으로 엔화 약세 불가피= 전문가들은 우정법 부결 여파로 엔화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이 중의원 해산으로 총선 정국에 돌입하면서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은 우정법 부결로 엔화에 대한 매도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CSFB의 오가사와라 사토루 통화전략가는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번 사태를 경제개혁의 후퇴로 볼 것이며 일부 투자자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지도력 상실을 우려해 일본자산에 대한 투자를 꺼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의 존 호너 통화시장 투자전략가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엔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정치적 시나리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소재 바클레이캐피털은 엔화가 달러당 113.5엔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충격 제한적ㆍ경제 회복세 이어질 듯= 총선 정국 돌입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태의 영향력이 단기에 그치고 엔화가 곧 상승세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비록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통화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은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차터드의 칼럼 핸더슨 투자전략가는 “당분간 투자자들의 관심은 우정법 부결에 집중되겠지만 이후 시장의 초점은 다시 긍정적인 경제 펀더멘털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와SB인베스트먼트의 오가와 고이치 매니저도 “고이즈미 총리는 이미 레임덕 상태에 있었고 정치적 문제는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지표나 기업이익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날 일본은행이 지난달 기업신뢰지수와 기업투자가 살아나고 있다고 밝혀 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을 더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4~6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2%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AIG글로벌의 요코야마 이시이 이코노미스트는 “내수가 살아나고 있는데다 미국에서의 수요증가로 수출도 회복될 것으로 보여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