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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년 중국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다녀 갔던 서긍(徐兢)은 ‘선화봉사고려도경’에서 “고려인들은 푸른색의 자기를 ‘비색’(翡色)이라 부른다”고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고려청자의 탁월함을 담보하는 비색은 독보적인 명성을 쌓게 됐다. 맑고 투명한 보석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비색은 청자의 우아한 형태와 정교한 장식, 서정적 분위기의 구성과 더불어 전성기 고려 청자를 대표하는 특징이 됐다. 감성의 심연을 자극하는 대규모 청자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현장을 찾아봤다. 경복궁 고궁박물관에서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청자들을 모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2007년 충남 태안 대섬 근처 바다 밑에서 침몰된 채 발견된 고려 청자 운반선은 전남 강진에서 출발해 개경으로 가는 중이었다. 이 배에 실렸던 ‘청자 사자모양장식향로’, ‘청자 두꺼비모양 벼루’, ‘참외모양 주전자’, ‘발우’(밥그릇) 등은 12세기의 문화사, 전성기의 청자 미감을 보여주는 명품으로 꼽힌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한 ‘고려청자 보물선’전으로 9월6일까지 총 740여점의 유물을 전시한다.(061)270-2044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이 신사동에 강남 분점 격으로 문을 연 호림아트센터의 개관 특별전인 ‘고려청자’전도 한창이다. 170여점 중 상당수는 비공개작이었던 것으로, 일반에 처음 공개된 높이 48cm, 몸통지름 50cm에 달하는 13세기 ‘청자상감모란운학문 귀면장식대호’가 특히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알려진 청자항아리 중 온전한 형태로는 가장 크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청자 외에도 용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난주(欄柱), 도판(陶板) 등도 볼 수 있다. 9월 20일까지. (02)541-3523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4층 전시장에서 진행중인 ‘고려비색 천하제일’전도 빼놓을 수 없다. 상설특별전으로 리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급 최고 수준의 청자를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는 청자를 세계 최고로 칭송받게 한 고려비색의 묘미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동시에 상감청자가 유행하기 이전에 음각ㆍ양각ㆍ투각으로 새긴 정교하고 화려한 장식을 통해 고려인들이 추구한 미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02)2014-6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