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주식시장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닛케이 지수는 상승세를 거듭, 1만3,000포인트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보다 못하지만 비슷한 논리가 적용되는 시장이 독일이다. 지난주 주가가 하락했지만 한 때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두 시장의 상승이유는 간단하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우호적인 전망은 펀드 매니저들에게 투영되어 주식 매수로 연결되고 있다. 메릴린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펀드 매니저 중 37%가 일본 주식시장이 기업 순익 측면에서 가장 낙관적이고, 응답자 중 25% 정도가 일본 시장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시장으로 꼽았다. 일본 시장의 강세는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던 세계 주식시장 판도를 다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지난 주 미국 시장, 특히 나스닥 지수가 재차 하락해 전(前)저점의 안전성이 의심 받는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아시아 주식시장이 꿋꿋한 상승을 기록한 것이 다변화되고 있는 세계 주식시장의 단적인 예일 것이다. 앞으로 세계 주식시장은 단일 축이나 다변화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것이다. 만일 일본, 독일처럼 자국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나라의 주가가 미국과 상관없이 강세를 유지한다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상승을 이어갈 것이다. 반면 과거 같이 미국 주식시장의 영향력이 모든 시장에 파급된다면 주가는 당분간 힘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전자에 무게를 싣고 싶다. 그 동안 선진국 주식시장 동향을 보면 유럽과 아시아 시장은 꾸준히 고점을 높여가는 반면 미국 시장은 일정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소 진부한 감이 있지만 이번 주에도 세계 주식시장은 유가와 금리 그리고 IT 동향과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유가가 당장 6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 힘든 반면, 전략 비축유 방출에 따른 일차 충격이 해소되면서 유가가 다시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다음 목표는 70달러 돌파가 될 텐데, 주식시장의 부담이 배가 될 수 있다. 많은 기관들이 연초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 주식시장의 선도 주자로 IT를 꼽았다. 결과를 놓고 보면 이 전망은 실현되지 않았고 이제 가능성이 희박해져 가고 있다. 많은 펀드들이 IT 기업을 기준 이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IT 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질 경우 전체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불가피해 보인다. 지역적으로는 아시아 지역 강세와 유럽과 미국 주식시장 횡보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이미 일본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탄력을 받고 있고 선진국에 편중됐던 자금이 아시아 시장으로 물꼬를 트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유가 상승에 따른 여파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 만일 2월과 같이 유가 상승이 일시적인 경기 후퇴를 가져온다면, 장기 호황에 따라 자체 동력이 약화된 미국 시장이 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