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찬욱 감독 새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정신병동에도 사랑이…<br>뽀얀 파스텔톤 화면속 사람들간의 '소통'그려<br>'비' 첫영화 무난한 연기 망가진 임수정 돋보여



박찬욱 감독 새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정신병동에도 사랑이…뽀얀 파스텔톤 화면속 사람들간의 '소통'그려'비' 첫영화 무난한 연기 망가진 임수정 돋보여 서필웅 기자 peterpig@sed.co.kr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화보 영화의 색깔이 바뀌어도 역시 박찬욱은 박찬욱이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어두운 '복수 3부작'을 끝낸 박찬욱 감독의 신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밝고 화사한 영화. 하지만 뽀얀 파스텔톤의 화면과는 달리 담고 있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감독은 정신병원이란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통과 이해를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독창성과 깊이로 풀어냈다. 엉뚱하고 사연 많은 정신병자들이 모여 사는 신세계 정신병원. 이곳에 형광등, 자판기와 대화하고 스스로를 사이보그라고 믿는 소녀 영군(임수정)이 들어온다. 남의 특징과 재주를 훔칠 수 있는 병원의 명물 일순(정지훈).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어느새 애뜻한 마음을 품게 된다. 문제는 영군이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 이 때문에 점점 야위어 가는 영군에게 일순은 타인의 능력을 훔치는 능력을 총동원해 '밥 먹이기'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타인의 능력을 훔치는 일순의 재주는 다름아닌 공감의 능력이다. 그는 "남의 능력을 훔치려면 며칠동안 그 사람과 함께 생활하고 그 사람처럼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의 세계관을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다. 일순은 사랑도 그렇게 한다. 그는 자신이 사이보그라고 믿는 영군의 세계관을 받아들여주고 심지어 그녀의 환상까지도 공유한다. 그리고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라면서 그녀의 방식으로 삶을 보듬어준다. 일순 외에도 영화 속 정신병자들도 자신들만의 세계를 서로 이해해준다. 너무 겸손해서 뒤로만 걷는 남자 신덕천(오달수), 수면비행법으로 하늘을 나는 왕곱단(박준면) 등의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를 존중해주고 서로의 방식으로 생각해준다. 영화 속 정신병원은 그야말로 관용의 공간이다. 감독은 전작인 '친절한 금자씨'에서부터 조금씩 이런 화해와 공감의 이야기를 자신의 영화에 녹여냈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의 이런 메시지들이 더 깊어진 느낌이다. 아쉬운 점은 정신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중심의 영화이기 때문에 이야기전개가 다소 산만하다는 것. 영군과 일순의 이야기 외에도 쏟아지는 수많은 상징과 메시지에 영화의 기둥 줄거리가 종종 눌린다. 때문에 화사하고 유머러스한 외형에 비해 어려운 영화라는 느낌도 든다. 12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지만 과연 12세 아이들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며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정지훈은 첫 영화데뷔작을 무난하게 소화하며 가수'비'에서 한단계 도약했다. 오달수, 박준면 등 영화속 베테랑 조연들의 연기도 감칠맛 난다. 그리고 임수정은 이 가운데에서도 반짝반짝 빛난다. 예쁘게 보이려 하지 않고 마음껏 망가진 임수정의 연기는 기억 속에 콕 박힌다. 마음껏 자신의 아우라를 발산할 수 있는 정신병자 역할은 배우에게 하나의 선물과 같다는 말도 있는데 영군이란 역은 정말로 그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느낌이다. 입력시간 : 2006/12/05 15:52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