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불안이 다시 증폭됨에 따라 외화유동성의 중요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9일 "대외불안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마음 졸이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내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없는지, 추가로 필요한 대비책은 무엇인지 꼼꼼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재연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불안에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대책은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지금 세계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7,5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유럽 재정위기발 금융불안은 잠시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회원국 간의 이해충돌 등으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국제 환율불안과 함께 증시도 급락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매도에 나섬에 따라 환율이 급등락하고 주가는 큰 폭의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도 무려 4조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U가 1조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기금을 마련하려면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빼내갈 수밖에 없고, 주가가 많이 오르고 시장개방이 잘돼 있는 우리나라가 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 2,788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에 달했고 단기외채 비중도 37%로 경제위기 당시의 44%에 비해 크게 줄었다. 정부는 남유럽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외화유출과 같은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럽발 재정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유비무환의 자세가 요구된다. 특히 자본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상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필요할 때 신속히 가동할 수 있는 국제공조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