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앉아 있다. /오대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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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부터 본격화할 민주당의 입법ㆍ예산투쟁에 적신호가 켜졌다.
원내 사령탑인 박지원 원내대표가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발언 논란으로 리더십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현재 4대강 사업 저지,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 입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부자감세 폐지 등 산적한 원내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연말 입법ㆍ예산투쟁은 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양대 선거를 앞둔 여야 간 전초전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지면서 거대여당에 맞설 당의 원내전략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청와대의 공격에 응수할 뿐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손학규 대표가 "이번 일의 본질은 중국에 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비치느냐를 되돌아보는 일"이라며 "본질을 외면한 채 특정 표현에 매달리는 정부가 성숙하게 보이겠는가"라고 옹호했지만 이번 일로 당내에서조차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 수위라도 하겠다던 초심을 찾길 바란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했다. 민주당 내 중진 의원은 "뒤늦게라도 실수를 인정하고 수습하는 것이 옳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이번 일에 대해 "박 원내대표가 과도한 자신감에서 오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일로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당내에서는 총선 때 당 대표를 맡아 공천을 행사하는 등 '킹메이커'로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본인도 여러 차례 "정권 창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킹메이커 역할을 시사한 바 있다. 비주류 쪽에서는 "비대위 대표까지 했는데 관리형 대표를 하겠느냐. 여차하면 대선후보로 직접 나설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런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 원내대표로서 리더십도 위협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