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영화제 전성시대

내달 우리나라에서 국제적인 규모를 표방하는 영화제가 세 개나 막을 연다. ‘부산국제영화제’가 5일 개막을 하고, 18일에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가 열린다. 이어 25일부터 11월2일까지는 서울 충무로 일대에서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팡파르를 울린다. 이 가운데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와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올해 처음 개막하는 이른바 새내기 국제 영화제다. 영화 제작자들은 투자 가뭄을 호소하며 위기 상황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사이에 다른 한쪽에서는 영화제 홍수를 걱정할 처지다. 범람하는 영화제를 지켜보면서 심지어 ‘영화제 좀 그만 만들자’는 우려 섞인 조언도 나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등록된 영화제는 현재 40여개. 몇몇 극장들이 모여 만든 기획 영화제까지 합하면 100여개가 넘는다는 추정이다. 올해 새로 만들어진 국제 영화제만 해도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와 충무로국제영화제를 포함해 세 개나 된다. 가히 영화제 전성시대란 표현이 어울릴 만하다. 다다익선(多多益善).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영화제가 많아지는 것을 탓할 이유야 없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영화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씁쓸하다. 최근 신생 영화제의 경우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기관의 지원금을 발판으로 하고 있어 과시용 행정 결과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얼마 전 폐지된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사례를 들어 생색내기용 영화제 양산은 그만두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삐딱한 시선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열린 충무로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김홍준 충무로국제영화제 운영위원장이 “최근 10년 사이에 영화제가 급증해 이젠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 말에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이런 저런 영화제가 아니면 도무지 극장 스크린을 통해서 볼 수 없는 영화들이 일반에게 공개될 기회의 장을 만드는 것을 나쁘다고 나무랄 수만은 없다. 문제는 이 많은 영화제들을 그저 과시용 행정의 희생양이 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그저 일부 영화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행사와 영화제 대의명분에 맞는 알찬 프로그램 진행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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